경계를 허물어트리는 ‘괴물’
경계를 허물어트리는 ‘괴물’
  • 김은열 기자
  • 승인 2009.10.1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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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
김성곤 지음 / 출판문화원
375쪽 / 1만5천원
주변 사물을 보는 족족 흡수하는 괴물이 거리를 활보한다. 특이한 것은 이 괴물이 주변과 합쳐질수록 아름답고 강해지며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는다는 사실이다. 문학 역시 ‘혼성, 혼혈’을 뜻하는 ‘하이브리드’와 만나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간된 김성곤 교수(영문학과)의 『하이브리드 시대의 문학』은 문학계에 등장한 하이브리드의 흐름 속에서 독자가 길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다.
현재 서울대 출판문화원장과 문학계간지 『21세기 문학』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이미 『퓨전 시대의 새로운 문화읽기』를 통해 하이브리드 담론을 고찰한 바 있다. 저자는  한 걸음 나아가 하이브리드 시대 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경계해체와 이종(異種)혼합으로 특징지어지는 하이브리드는 시대적 조류다. 유럽연합 등 국가 연합체의 탄생은 개인의 정체성을 단일 국가에서 세계시민으로 확대하는 ‘트랜스 내셔널리즘’ 시대의 도래를 알린다. 「바이센테니얼 맨」 등의 영화는 인간과 기계가 크로스오버되는 과학의 ‘트랜스 휴머니즘’ 현상을 보여준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끊임없이 영상 매체의 도전을 받은 문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융합을 택했다.

문학의 하이브리드적 변화는 스펙트럼이 넓다. 그 형식적 변화는 웹 공간을 활용하는 텍스트에 시청각 자료를 첨가해 영상예술의 형태를 띠는 하이퍼・테크노 픽션으로 나타난다. 순수 문학에 판타지・공포・SF 등의 서브장르문학이 섞인 ‘중간문학’ 또한 하이브리드 문학의 일종이다. 한편 이민자들의 생활상과 정체성을 다룬 교포 문학은 최근 모국과 거주지 모두의 문화를 포용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내용 측면에서 트랜스 내셔널리즘을 반영해 변화한 사례다.

하이브리드적 관점에 따라 영미권 명작 소설을 새롭게 해석하는 재미도 있다. 저자의 입을 통해 『위대한 개츠비』는 멜로드라마에서 자연과 기계문명의 대결로,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을 넘어 비폭력주의와 용기의 문제로 확대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후속작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로 레트라는 인물을 미국문학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분석하면서도 그가 아웃사이더 기질로 세계인을 지향한다고 분석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갈수록 좁아지는 순수문학의 입지를 안타까워하던 독자들은 하이브리드 문학에 눈이 번뜩 뜨일지 모른다. 하이브리드 문학이 사회비판적 성격으로 독자들을 감동시켜 삶에 변화를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난해한 순수문학보다 더 가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출판문화원 권영자 마케팅본부장은 “학문 간 융합이 주목받는 요즘, 이 책은 하이브리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각도로 탐색한다”며 출간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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