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 예술축제

인간의 기본 권리인 문화향유권
각종 예술제 통해 장애의 벽 뛰어 넘어

이번 예술제의 사진제에 출품된 임현주씨의 「뜨게질」
사진: 장애여성네트워크 제공

문화향유권은 인간의 기본적이고도 보편적인 권리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문화의 주체고 생산자며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은 미미한 실정이며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인 부분 예산은 전체 예산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 굴하지 않고 장애인을 문화의 중심에 세운 축제가 있어 눈에 띈다. 지난 16일(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린 ‘2009세계장애인문화예술축제’가 그것이다. 총 일주일간의 학술제, 연극제, 음악제, 영화제 그리고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은 다양한 장애인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선 특히 19일까지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장애여성 이야기가 있는 사진전-몸으로 말하기’를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한 작품 33편이 전시되는 이번 사진전은 장애 여성의 삶 속에 숨겨진 고유한 가치와 문화를 드러내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시각 장애인의 뜨개질감을 렌즈에 담은 임현주의 「뜨개질」, 화장은 어떻게 하고 다닐까 생각했던 뇌성마비 여성이 화장대에 앉아 화장하는 장면을 담은 김효진의 「화장대」와 같은 장애인 여성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이 전시돼 장애여성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포현했다. 뿐만 아니라 정선아의 ‘등’ 연작은 남에게 보여주기 꺼렸던 자신의 몸을 뒷모습 누드로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장애 여성들의 해방감을 표현했다.
또 축제 기간 목동방송회관 브로드 홀에서는 장애인 연극·영화제가 열려 장애인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과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장애인이 겪는 비참한 주거 현실을 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세 장애인의 이야기로 풀어간 「작은 새의 날개짓」, 장애인들에게 일괄적으로 보급되는 전동휠체어의 문제점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몸에 맞지 않는 휠체어를 아시나요?」 등 총 2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와 함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화원에 모여 연극을 준비하는 도중 상처 입은 비장애인 배우가 화원에 찾아와 함께 연습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화를 그린 창작 뮤지컬 「비밀의 화원」, 비장애인들에게 의존적이었던 기존의 모습을 버리고 장애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인형극 「내 꿈은 반쪽이 아니야」까지 총 4편의 연극도 무대에 오른다. 이번 축제의 진행국장 이영석씨는 “비장애인 위주의 문화만 존재했던 지금까지의 현실을 해소하고 서로 문화를 공유해보자는 것이 이번 축제의 목적”이라며 “이 행사를 기점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뒤처지지 않는 문화주체자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만들고, 사진을 찍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장애인의 문화행위가 우리와 가까워지고, 그들의 예술이 갖는 특별함이 존중될 때 비로소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벽은 허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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