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가수들을 생생히 만나게 해준 고마운 매체였고 가수들에겐 꿈의 무대였던 TV 가요 프로그램은 최근 시청률은‘애국가 시청률’을 달리고 가수들이 설 무대는 위협받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이 대중음악 발전에 기여한 채 저조한 시청률로 표류하는 지금, 위기의 가요 프로그램을 진단한다.

◇무너지는 TV 가요 프로그램

이들의 위기는 편성시간대 변경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1980, 90년대 가요 프로그램은 주말 오후 7시, 일명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는 2000년대를 전후로 급락한다. 현재 KBS 「뮤직뱅크」, SBS 「생방송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은 황금 시간대에서 쫓겨나 각각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10분, 토요일 오후 4시 20분에 편성돼있다. 시청률 또한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침체를 여실히 보여준다. 「생방송 인기가요」는 10%보다 약간 높은 시청률을 가까스로 유지했고 「뮤직뱅크」나 「쇼 음악중심」은 그마저도 못 채운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 「1박 2일」의 재방송도 1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저조한 시청률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걸 그룹이나 특정 스타의 복귀 무대에 따른 반짝 시청률 효과가 더해진 결과고 대개의 경우 5%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마저도 특집 방송이나 스포츠 중계로 결방되곤 했다. ‘고비용 저효율’ 프로그램이 돼버린 음악프로그램들은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TV 가요 프로그램에 등 돌리는 대중

이러한 음악 프로그램 침체의 원인은 음악 수요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10·20대의 소비행태 변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음원과 MP3가 등장하고 24시간 케이블 방송이 생겨난 현재, 더 이상 음악을 기다렸다가 소비하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생방송 TV 프로그램에 집중돼 이뤄졌던 팬클럽 활동이 인터넷 팬 카페로 옮겨갔고 웹에서 노래를 듣거나 동영상으로 가수를 접하는 일이 수월해졌다. 

 하지만 가요 프로그램 침체의 더 근본적인 원인은 가요 프로그램 자체에 있다. 지나친 시각성, 상업성 중심의 방송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음악을 접해 고급화된 대중들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됐다. 2000년대 초 지나치게 상업성에 치중한 가요 순위제 폐지 운동은 이러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 10·20대 대중들에게 통하는, 다시 말해 잘 팔리는 아이돌 중심의 댄스 음악이 독식하는 TV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 음악 프로그램은 그들만의 잔치라는 느낌이 강하다”며 “아이돌 스타의 팬 정도만 관심을 두는 방송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청률이 부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요 프로그램, 위기를 넘어서

그렇다면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어떤 활로를 모색해야 할까. 우선 음악 소비 매체의 변화를 수용하고 시청자를 확보할만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10·20대에 치중된 방송형태은 가요 프로그램 고사 위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가요 프로그램 자체의 근본적인 개선과 다양한 시청자층을 대상으로 삼는 전략적인 변화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SBS 「김정은의 초콜렛」,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한 음악쇼프로그램이나 KBS 「콘서트 7080」 같이 중장년층을 겨냥한 라이브는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방송 3사의 간판 프로그램도 시청자층을 넓히기 위한 새로운 구성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현재 방송 3사의 프로그램 구성은 1980년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송형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나친 상업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장르 가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를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우치 멤버의 전라 노출사건 때문에 중단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 밴드를 소개하고자 했던 MBC 「생방송 음악캠프」의 ‘이 노래 좋은 歌謠(가요)’ 코너가 그 예다. 신인 가수를 소개하는 케이블 TV의 「슈퍼스타 K」는 케이블 TV로서는 경이로운 시청률 8.47%를 이뤄내며 막을 내렸고 MBC의 「쇼바이벌」 같은 프로그램은 비록 시청률은 낮았으나 폐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양한 종류의 음악과 구성을 추구하는 것이 시청률 측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공정성의 의심을 받은 순위제가 폐지되고 립싱크에서 라이브 무대로 바뀌는 등 음악 프로그램은 논란 속에서도 대중음악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 앞으로 음악 프로그램이 현 위기를 타개하고 공급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생산적인, 양질의 대중음악을 선보이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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