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밴드 D.M.O.T 기타리스트 손경호 인터뷰

사진: 최창문 기자

헤비메탈 공연하면 검은색 옷과 듣는 이를 난타하는 강렬한 창법, 그리고 중지와 약지를 접은 데빌혼(lml)의 상징표식은 필수다. ‘악마의 사운드’라고 불릴 정도로 어두운 분위기를 내며 억압된 자아를 강력하게 표출하는 헤비메탈은 1970년대부터 유럽에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낯설다. 그럼에도 헤비 메탈 밴드 ‘DARK MIRROR OV TRAGEDY (D.M.O.T)’의 두번째 앨범 「더 프레그넌트 오브 디스페어(The pregnant of dispair)」가 국내최초로 해외 레코드사와 계약을 맺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동양화과 4학년에 재학 중인 D.M.O.T의 기타리스트 손경호씨(사진)를 만났다.

지난 9월 14일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해 공연 중인 헤비메탈 밴드 D.M.O.T
사진: D.M.O.T 제공
◇D.M.O.T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보컬, 기타, 메이스, 드럼, 키보드,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D.M.O.T는 2003년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블랙 메탈, 데스 메탈이라고도 불리는 익스트림 메탈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D.M.O.T라는 밴드명은 중세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거울을 통해 암담한 미래를 본 일화에서 따왔어요. 암담, 우울…밴드가 추구하는 분위기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짧은 경력에도 2집 앨범「더 프레그넌트 오브 디스페어」가 홍콩의 메탈 전문사 트리니티 레코드에서 발매돼 거꾸로 국내에 역수입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 저력이 대단한 것 같다.

올해 발매한 2집 앨범 「더 프레그넌트 오브 디스페어」는 일상에서 겪는 괴로움과 슬픔, 분열된 자아의 불안한 모습 등을 소재로 한 음악들로 엮어져 있어요. 맴버들이 모두 직접 작사·작곡한 이번 앨범의 바탕엔 한(恨)이라는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D.M.O.T가 음악으로 표현하는 한의 정서는 한국 정서에 바탕을 둔 한을 넘어 인간의 근간에 있는 한을 끄집어내죠. 주로 우울한 느낌의 마이너 멜로디와 고딕적인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결합시켜 인간의 근본적인 처절함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또 D.M.O.T만의 음악성을 갖기 위해 새로운 박자를 차용하는 등 꾸준히 실험적인 연주를 시도하고 있어요. 이 점을 트리니티 레코드사가 높이 산 거 같아요.

◇미술을 전공하면서 헤비메탈 밴드 활동을 한다는 게 독특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때 신해철의 넥스트 앨범을 들으며 기타리스트 김세황씨처럼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 받은 느낌은 장말 충격 그 자체였어요.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과 선배들과 록 밴드 활동을 해오다가 2004년엔 ‘더 크레센츠 밴드’에서 1년 정도 활동했어요. 그러다 군 제대 후 좀 더 격한 헤비메탈을 하고 싶어 2007년부터 익스트림 메탈을 하는 D.M.O.T에 들어가게 됐죠. 사실 미술과 헤비메탈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진 않아요.(웃음)

◇헤비메탈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저조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유럽에서 헤비메탈은 히피문화와 라틴문화가 노동자들과 만나 그들의 억압된 심정을 분출하는 해방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부흥할 수 있었죠. 하지만 한국에선 헤비메탈이 한국의 문화적 토양 위에 뿌리를 내릴 여건이 안돼 비주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안타까워요. 주목받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창작하고 있지만 후배 양성이나 창작 자금마련 문제도 쉽진 않죠. 

더군다나 댄스 음악 같은 상업적 대중음악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할 문화환경을 잃어가는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 자식들이 대중음악의 코드가 뭐였다고 물어볼 때 한 개의 장르밖에 말할 수 없다면 슬프지 않을까요? 차원이 다른 문화생활의 코드를 이끌어가기 위해 연주자와 청자 모두 열린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화를 찾아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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