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활동 체험수기

불안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원인 모를 공허감에 시달렸다.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데 무엇을 위해 달렸고, 무엇을 위해 달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고 싶은 마음에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것이 소록도였다. 그리고 3일 후 나는 소록도로 떠났다.

소록도에서 봉사자들은 병원 내 입원 중인 환자들의 손과 발이 돼야 한다. 기본적인 식사, 샤워, 산책 등 혼자 하기 힘든 모든 것을 해 드린다. 돌이켜보면 24년간 내가 그렇게 누군가 타인을 위해 전적으로 나를 맞추고, 그들의 요구와 필요를 위해 오롯이 하루를 살았던 경험은 소록도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다.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나의 이해보다 타인의 바람을 먼저 고민했고, 항상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다. 그것은 나만을 위해 살았던 그동안의 삶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었다.

슬픈 역사를 지닌 소록도는 나에게 슬픈 만큼 아름다운 섬이었다. 자신의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 돌아가실 때까지 매일 성치 않은 손으로 하모니카를 불어주셨다던 한 할아버지의 사랑 이야기, 마을 산책하다 짐 정리 해달라는 부탁을 들어 드리니 없는 살림에 뭐 줄 것이 없을까 찾으시다 나에게 주셨던 몇 년이 된 지 알 수 없는 꼬질꼬질한 알사탕 속에 담긴 정성. 흉한 외모 하나로 한 인격을 판단하고 배척했던 것이 얼마나 치졸한 것이었는지, 따지고 보면 우리의 마음속은 얼마나 건강하고 성한지 수없이 되돌아보게 됐다.

서울에서 내 일상은 항상 남들과의 비교 속에 나의 부족한 점들을 찾아내 하나라도 더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그렇게 불만이 하나하나씩 쌓여가던 삶이었다. 그러나 소록도에서의 시간 동안 좋지 않은 시력이지만 볼 수 있는 눈과 멀쩡한 사지를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많이 있는지 한없이 감사했다. 무엇이 부족한 지보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됐고, 서로 부족한 점을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느꼈다. 소록도에 내려갔던 이유는 남을 위해 베풀며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돌이켜보면 도리어 내가 많은 것을 받고 온 느낌이다.

이청준은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소록도를 배경으로 바람직한 공동체의 모습과 이상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요원해 보이고, 그렇게 소록도는 여전히 ‘그들의 섬’인 채로 놓여 있다. 올해 소록대교가 완공돼 소록도와 육지가 연결됐듯 세기를 거쳐 소외됐던 소록도에 계신 모든 분의 삶도 하루빨리 우리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나처럼 잠시라도 소록도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먼저 내민 손길들과 함께 한 시간의 경험들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장민정
사회학과·06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