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
존 벡워드 지음 / 이영희 옮김
그린비 / 304쪽 / 1만5천9백원
1959년 미국의 화학자 C. P. 스노는 『두 문화』에서 과학과 인문학이 심각하게 단절됐음을 지적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과학이 인문학이나 사회학과 유리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 ‘과학’과 ‘사회운동’ 두 분야 모두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 있다.

지난달 10일 하버드 대학 미생물학 교수인 존 벡위드의 삶을 조명하는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가 출간됐다. 그는 1969년 박테리아 염색체에서 유전자를 최초로 분리해 유전자 발현과 조절에 대한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책은 그의 반백 년 삶을 통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존 벡위드는 자신을 유전학 분야의 권위자 반열에 오르게 한 연구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박테리아로부터 유전자를 분리해낸 성과는 시험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등 윤리·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연구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이를 시작으로 벡위드는 이론적 연구에만 몰두하지 않고 사회문제에 깊숙이 침투하는 ‘통합형 과학자’로 거듭난다. 그는 ‘민중을 위한 과학’ 그룹에서 과학의 혜택이 부유층에게만 돌아가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나아가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 과학이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쓰이는 것에 반대했고 유전자 조작 기술의 남용과 악용이 가져올 수 있는 ‘유전자 차별’ 문제에 대해 유전학자로서 적극적 목소리를 냈다.

벡위드가 이렇듯 평범하지 않은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기저에는 인간의 특성이 유전자의 영향뿐만 아니라 경제적 조건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들에 의해서도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신념이 깔려있다. 이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그는 자연의 법칙으로 성별에 따른 분업, 위계적 사회구조 등을 설명하는 사회생물학에 강력한 반론을 제기해 왔다. 당시 미국 사회에는 사회생물학에 기반을 둬 XYY염색체를 가진 남성이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었다. 벡위드는 유전자가 인간의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학계와 대중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과학을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석하고자 한 것이다. 원자폭탄 개발자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개발을 후회하며 수소폭탄 개발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건은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벡위드의 생각을 고무시켰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과학기술이 발명되는 세상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 세상을 인간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바꿔갈수록 그만큼 인류가 져야 하는 책임의 무게도 무거워진다. 자신이 연구한 결과물이 가지는 사회적 파장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줄 아는 과학자가 절실한 이 시대에 성공적으로 과학자와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살아낸 벡위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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