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인문학’강의로 과·반 체제 위기?” 기사를 읽고

인문대가 2010학년도 신입생부터 ‘삶과 인문학’ 강좌를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할 예정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또 신입생을 50명씩 6개 반으로 나눠 각각 지도교수와 조교를 배정해 사제간, 학생 간 유대감을 높이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해 당사자 중 하나인 학생들은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단과대와 본부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기획하면서 정작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반영하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는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도 나타난 문제점이기도 하다. 본부는 결정된 사항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데 급급했을 뿐 학생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학생들을 협력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번거로워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본부가 학생들의 의사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정책이 바람직한가의 여부보다 문제인 것은 소통의 부재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논의를 진행하고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결정된 사안을 통보하는 것으로 과연 기존의 과·반 체제와 아무런 갈등이 없이 개편안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는 자치 공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연 이 정책이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데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기사를 보면 변창구 인문대 학장은 4학년이 돼도 같은 학과, 같은 학번 학생끼리 잘 알지 못하는 등 파편화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유대감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계획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광역화 이후 과·반이라는 체제가 10년 가까이 존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는 것은 기존의 과·반 체제에 혼란을 일으킬 뿐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교수, 교직원 간에 긴밀한 의견 교환이 시급하다. 개편안을 추진할 때 어느 주체도 일방적으로 배제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상만
서양사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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