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들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문화유산, 예술, 문화향유, 문화산업, 미디어, 관광, 체육 등 각 분야에 걸쳐 방대한 문화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성급하게 추진된 이 정책들은 대부분 단발성, 이벤트성 정책에 그쳐 실질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보여주기에 급급한 현 정부의 이벤트성 문화정책을 진단했다.

방대하고 성급한 문화정책들

현 정부의 단발적인 문화정책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예술뉴딜 프로젝트’다. ‘예술뉴딜 프로젝트’는 정부가 70억원을 들여 1,350명의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과 함께 지역의 공연예술 활성화, 지역민의 예술 향유 혜택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술뉴딜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으로는 공연예술 단체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는 ‘사계절 문화 나눔단’, 학교에 전문 예술인을 지원하는 ‘예술강사 지원 사업’, 전국의 경로당, 마을회관 등을 아름다운 생활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문체부의 정책은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계획 없이 이뤄져 단발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다음해 1월까지 군·면 단위의 지역 1,300곳을 찾아가 음악, 연극, 대중예술 공연을 펼치는 ‘사계절 나눔단 사업’ 이후 소외계층 문화예술 향유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정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다음해부터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할 교사를 파견하는 ‘예술강사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의 근무기간은 9개월에 불과하며 이들을 위한 장기적인 시스템 구축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는 “현 예술뉴딜 정책은 장기적 문화 인력개발을 위한 내용으로 이뤄졌다기보다 현재 닥친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정책으로 사용된 측면이 강하다“며 “이는 문화 발전을 위한 문화정책이 아니라 문화를 매개로 한 경제적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화) 첫 삽을 뜬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4대강에 문화, 체육, 예술, 관광이 통합된 자연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 표방했다. 그 뿐만 아니라 자전거 도로 구축 등의 정책이 국민의 생활환경과 문화수준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는 단 4개월에 걸쳐 졸속으로 이뤄졌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4대강의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육상지표조사 외에 필수로 이뤄져야 했던 수중조사가 제외되는 등 절차상의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사업 후 발행할 수질오염 문제는 물론, 공사 중 발생할 오염에 대한 환경단체의 우려에도 정부는 취사선택한 지표와 불충분한 자료로 회피하며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배성임 소장은 “4대강 사업은 화려한 겉모습만을 추구하는 가시적인 정책일 뿐 문화적 효과는 찾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는 문화정책

이처럼 보여주기에 급급한 이벤트성 문화정책은 고질적인 문제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화정책은 정부가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국정홍보 수단에 불과한 일이 많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문화정책은 이벤트적 성격이 특히 두드러져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이벤트성 정책의 주요 원인은 형식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정부의 태도로 지적된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정부가 국민의 문화적 권리에는 관심이 없고 결과물, 효과에만 관심을 두는 일종의 포퓰리즘에 매몰된 것이 현 상황의 원인”이라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선택한 정책이 대부분이며 문화적 입장에서 선택한 정책은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문화정책이 단발성 홍보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문화정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없어 일어나는 문제’라며 “진정한 문화발전을 꾀하려는 획기적 아이디어 없이는 개별적으로 동떨어진 정책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정권을 무조건 ‘좌파정권’이라 규정하고 정책의 단절을 꾀하는 현 정부의 태도 또한 문화정책의 비전문성에 한몫한다는 의견도 있다. 원용진 교수(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기조를 만들거나 기존 기조에 맞추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며 전 정권과의 정책적 단절을 지적했다. 이원재 사무처장은 “기존 정권의 정책은 무조건 좌파 정권이 한 일이라 규정하고 색깔논쟁을 벌이려는 현 정권의 태도는 결국 정책의 퇴보를 가져온다”며 “기존 정책과 단절돼 전문성, 실력이 없어 커다란 이벤트성 정책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이라 말했다.

알맹이 없는 문화정책,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그렇다면 현 정부의 문화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우선 문화예술 관련 일자리 정책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사회적 역할이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현재와 같은 인턴직, 비정규직 위주의 일자리 창출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연대 배성임 소장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이 그들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일정 정도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정책연구소 정희섭 소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도 구현하지 못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정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재고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배성임 소장은 “현재의 제왕식 운영으로 각각의 부서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다면 문화정책은 표류하게 될 것”이라며 “현 정권이 토건 국가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발표·시행되는 현 정부의 이벤트성 정책은 진정한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지배적인 목소리다. 이명박정부가 더 늦기 전에 이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문화정책에 대해 총체적인 재검토에 나설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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