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전염되지 않는 학생선거
슬퍼할 구체적 대상이 필요해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새’를 대상으로 선정함은 어떨까
잠시, 다른 이야기. 지난 10일(화)부터 영산강, 낙동강을 시작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 정권과 함께 살아온 지 2년째(아, 아직도), 그러니까 깊게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이 사업으로 살게 되는 것이 절대 강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그 누가 살게 되는 대신 다른 누군가가 죽는 것이라면,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정말로 영원히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존재들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대강 사업의 핵심은 수심을 6미터 깊이로 준설하고 물을 채우는 것. 해마다 이 땅에 찾아오는 철새의 94% 이상이 잠수하지 못하는 수면성 오리에 속한다. 그러니까 수심이 저렇게 깊어지면 철새 대부분이 긴 비행 중 쉬어갈 곳을 영영 잃어버린다는 뜻이 된다.
이 이야기를 조금만 더. 왜냐하면 아직도 6년 전의 고민, 슬픔의 전염 경로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적어도 슬픔이 구체적인 데서 온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됐으므로. 4대강 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설치될 총 20개의 보 가운데 9개가 설치되는 낙동강에는 해마다 13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 그냥 철새가 아니라 노랑부리저어새(얕은 물가에서 끝 부분이 노란 주걱모양의 부리로 조개를 잡는), 큰고니와 고니(고니는 우아한 백조, 큰고니는 ‘홋호, 홋호, 홋호’ 울고 고니는 더 낮은 소리로 ‘호우, 호우’ 울고), 흑두루미와 재두루미(두루미는 연하장의 학, 흑두루미는 목이 하얗고 몸 전체는 검고, 재두루미는 뺨이 붉어 수줍고 ‘뚜루루 뚜루루’ 울고)가 날개를 접고 십 수만 개의 영원한 쉼표로 떨어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코 끝나지 않을 길고 긴 말줄임표들을 바라보며 어떤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다시 고백의 자리로 돌아오면, 그때 늦가을, 선거의 마지막 날 유세를 마치고 해방터에서 큰 소리로 외치던 우리의 인사 “Let’s Design Alternative Today, 우리 앞으로 그러한 인연을 맺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21살 때 당차게 건넸던 인사처럼 우리가 누구인지 쉽게 선언하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더듬거리며 이야기해본다. �대동단결�과 �Yes, We Can�의 ‘우리’, �리본�이 연결하고자 하는 ‘너’, 그리고 �R-EVOLUTION�과 �권리찾기�의 생략된 소유격, 그 안에 ‘새’가 있으면 어떻겠냐고. 오로지 ‘새’만을 위한 선거를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지구의 저편에서 이편으로 날아오다가 이번 겨울에도 낙동강과 영산강과 금강과 한강에 머물 그 수십 마리의 새들을 떠올리면서, 대학원생이 먼발치에서 우물쭈물 말해본다. 오로지 새만을 위한 선거, 라고.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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