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문학의 도전
박성창 지음 / 민음사
418쪽 / 2만5천원
물건을 살 때는 가격을 비교하고 선거에서는 선거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는 등, 비교를 이용하면 상황을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비교의 장점은 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지난달 30일 한국 근대문학을 비교문학으로 분석하는 『비교문학의 도전』이 출간됐다.

저자 박성창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국내에 흔치 않은 비교문학 이론가로 전작 『우리 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에서도 프랑스 학파를 중심으로 한 비교문학 연구를 이미 소개한 바 있다. 한국에서 비교문학은 신생학문으로 연구와 교육 분야 모두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된 입문서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저자는 비교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위해 비교문학의 입문서 격인 『비교문학의 도전』을 펴냈다.

문학 작품을 비교하는 방법에는 여러 나라의 문학에서 차용된 유사한 장면, 형태, 책 등을 병렬시켜 ‘차이’와 ‘유사성’을 밝히는 것이 있다. 그러나 비교문학은 단순히 유사성과 차이점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작품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어디에서 무엇을 차용했는지 밝히는 역사적 작업이다. 저자는 비교 연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이와 유사성을 균형 있게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문화적 상대주의의 논리에 따르다 보면 어떤 공통된 근거나 의미 있는 비교의 가능성도 인정하지 않는 인식론적 장막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초기 비교문학 연구의 중심은 ‘이식과 창조’다. 식민지 상황에서 근대화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외국문학을 이식해 왔다. 그러나 일방적인 이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전통 문학과 서구 문학 사이에서 양방향적인 소통과 교섭을 통한 ‘창조’의 활동도 있었다. 이러한 관점은 전통단절론을 내세운 백철에 와서 반박된다. 그는 창조와 같은 양방향적 소통은 이뤄지지 않으며 한국문학은 외국문학의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영향에서 수용으로, 이식에서 굴절로 관점을 이동해야 한다는 논리로 다시 비판받는다. 영향에서 수용의 관점 이동은 받아들이는 주체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굴절로의 변화 또한 외국문학의 영향력이 받는 주체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근대문학에서 비교문학의 관점은 수용주체에 더 관심을 가지는 ‘수용’과 ‘굴절’로 변화했다.

저자는 비교문학이 한국 문학연구가 직면하고 있는 폐쇄적 민족주의와 세계문학이 되기 위한 보편성 결여 등의 문제에 해답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 또 비교문학 연구를 통해 우리는 문학과 문학 간의 관계뿐 아니라 문학과 역사, 문학과 예술의 경계도 허물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비교문학의 도전』은 비교문학이 도전해야 할 과제뿐 아니라, 비교문학이 이뤄 낼 성과 역시 궁금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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