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수강신청 결과 예년에 비해 폐강된 교양과목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났다. 그 중요한 이유는 대학국어의 대량 폐강사태 때문인데 수강을 하리라 기대했던 신입생들의 상당수가 수강을 기피한 결과이다. 3, 4학년 때 듣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과 일찍부터 실용적이고 흥미있는 과목을 선호하는 경향, 여기에 올해 들어 실시하게 된 한자시험 부담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데 한몫을 했다고 한다.

 


이런 변화의 배후에는 학생 스스로의 선택권을 존중하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과목이라 하더라도 꼭 1학년 때 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좀더 자유롭게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교양교육 차원에까지 뚜렷해진 것이다. 이런 태도를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교과목의 자유선택행위 자체보다도 수업에 대한 편의적이고 계산적인 판단에 있다.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고, 취업에 유리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게다가 부담은 적고 흥미는 많은 과목만을 선호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점이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가 심해진다면 교양과목이란 좋은 성적과 편안한 수업을 보장하는 수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없지 않다. 일부 교양과목에 대한 고학년의 집중수강현상을 보면 이런 가능성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물론 강의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자발적인 동참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과목의 전문성이나 필요성만을 앞세워 수강자의 입장을 도외시하는 하향식 교육은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수업과 교육을 편하게 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학생을 배려하는 수업이라 해서 부담을 회피하고 훈련을 싫어하는 태도를 강화시켜서도 결코 안된다. 더구나 교양교육은 결코 쉬운 과목, 편안한 수업으로 간주될 수 없고 또 되어서도 안된다. 인생과 역사, 철학과 시대상을 논하는 진지함과 무게감, 여기에 대응하는 예비지식인으로서의 지적 고투가 한데 어우러지는 속에서 교양교육의 참면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양과목의 내실화를 위해 과목을 개설하는 학과나 대학, 직접 가르치는 교수 그리고 배우는 학생이 모두 진지하게 현재의 시스템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 갈 필요가 있다. 교양과목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로만 떠들거나 제도적으로 강제하려는 노력은 무익할 뿐 아니라 역효과만 낳는다.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드는 교양과목,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학생들이 수강을 선망하는 교양과목이 되도록 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려워도, 강의의 부담이 매우 커도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지적 자극과 논리적인 훈련으로 인해 수강생이 넘쳐나는 과목들이 획기적으로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가벼움과 즉흥성으로부터 대학을 보호하고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워가는 지적 훈련과 성숙을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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