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학업 중시 경향
진로선택 시 ‘자아실현’ 가장 중시해

2000년대 서울대생들은 대학에서 인간관계보다는 학업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됐으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도 ‘화목한 가정’을 꼽는 것에서 ‘자아실현’과 ‘재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높아진 학업 중시 경향

대학생활문화원(대생원)이 매년 발간한 ‘신입생 특성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생들은 대학에서 인간관계보다 학업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항목에서 2003년부터 2006까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공 공부 및 학업’을 1순위로 꼽았다. 2순위는 ‘폭 넓은 대인관계’가 차지했으며 ‘폭 넓은 교양 습득’이 뒤를 이었다. 2003년부터 2006년 사이에는 ‘폭 넓은 대인관계’의 응답률이 ‘전공 공부 및 학업’을 앞섰지만 실제 상담 내용은 여전히 인간관계와 관련된 문제보다는 전공 및 진로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서울대 재학생 요구 및 실태 조사’에 따르면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진로 및 전공과 관련된 상담(66%)이 이성 및 가족 등 인간관계와 관련된 상담(45%)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 대생원의 조사 결과 ‘교수에 대한 기대’를 묻는 항목에서도 대체로 ‘전공지도’가 ‘인간적 유대’를 앞섰다. 특히 2004년에서 2006년 사이에는 ‘전공지도’가 ‘인간적 유대’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정도를 측정하는 취약성 지수는 대체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2000년 21.04점~2009년 19.02점) 동시에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정도를 측정한 지수 역시 점점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2000년 3.27점~2009년 3.03점) 다소 모순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대생원은 “예전과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성교제시 성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사랑한다면 가능하다’는 응답은 증가하고(2002년 29.4%~2009년 32.9%) ‘절대 안 됨’이라는 응답은 점차 감소해(2002년 24.7%~2009년 18.9%)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더 보수적이고 조심스러운 응답을 한 경우가 많았다.

◇진로 선택 시 ‘자아실현’ 가장 중시해

지난 10년간 학생들의 전공·진로 선택 이유는 대체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보였다. 학생들의 직업선택 요인으로는 ‘자아실현’이 10년간 변하지 않고 60%대를 유지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뒤를 이어 ‘사회기여’와 ‘사회적 인정’이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또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연구소/대학’과 ‘각종 전문직’이며 2001년부터 2005까지는 대체로 ‘연구소/대학’이, 2006년 이후로는 ‘각종 전문직’이 더 많은 선호를 받았다.

전공선택 시 고려하는 것으로는 ‘학문적 흥미’와 ‘적성’이 약간의 차이로 1, 2위를 차지했으며 특이한 점은 ‘성적’에 대한 응답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과 2001년에 ‘성적’을 선택한 사람은 4%대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 10.1%를 기록한 이후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해 최근에는 14~1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2년 모집단위 광역화 이후 전공진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공진입 시 성적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000년대 초반과 후반이 큰 차이를 나타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은 1위가 ‘화목한 가정’, 2위가 ‘건강’이었지만 2004년 이후로는 ‘자아실현’이 1위를 차지했다. 또 2004년부터 2006까지는 ‘건강’이 2위를 차지했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재미’가 2위, ‘사랑’이 3위를 차지했다. 조사를 진행한 대생원은 “예전에는 ‘화목한 가정’과 같은 가치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게 여겨져 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던 것”이라며 “요즘에는 사회적 편견이 완화되고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면서 ‘재미’와 같은 개인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솔직히 표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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