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모교에 날아든 기쁜 소식에 남다른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교 서울대가 세계적으로 신뢰와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 더 타임스 ‘2009 세계대학평가’에서 47위에 올랐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제 서울대가 학문적으로는 세계 유수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모교가 지난 수년 동안 묵묵히 추진해온 국제화 노력이 점차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생각에 그 기쁨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학문 분야별 평가에서도 고르게 상위권에 오른 것은 명실 공히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며, 기초학문 분야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는 점도 지속적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창회장으로서 그리고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고 안타까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모교 구성원은 물론 33만 동문, 나아가 우리 국민에게 매우 고무적인 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서울대의 국제적 위상 제고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으며, 47위라는 성과도 현재와 같은 열악한 여건하에서는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 대다수 동문도 이와 같은 의견에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 지원과 자율권 제약 속에서도 성장과 도약을 이어온 서울대의 모습은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교가 정부기관의 하나에 지나지 않고, 세계적인 석학 초빙은커녕 교직원 정원 1명 늘리기도 어렵고, GDP 대비 고등교육 예산비중(0.6%)이 OECD 평균(1.1%)의 절반에 불과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60여년 동안 이뤄온 국제적 위상과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신축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시설이 현대화됐지만, ‘제도 속의 서울대’는 1940년대 후반 나의 재학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우수한 학생, 그리고 교수와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세계 10위권의 초일류 대학 도약’은 허무한 꿈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대학과 경쟁하는 대학들이 모두 갖춘 법인 형태로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돼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 스스로 혁신시켜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립대 법인화’는 사립대가 되는 것이 아니고 국립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것이기에, 서울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이제 우리 모교 구성원과 정부, 그리고 국회는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서울대 법인화’라는 막중한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고, 우리 동문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총동창회는 동문의 정성을 모아 매 학기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모교 원년 찾기 운동을 추진하는 등 모교 지원과 발전에 끊임없이 노력해오고 있다. 특히 서울대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양하고 모교 지원센터 역할을 할 장학빌딩이 2010년 말이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세계 Top 10 SNU’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기 위해 교수와 직원, 학생, 동문 그리고 국민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지혜가 모아지기를 바란다.

임광수 총동창회장
기계항공공학부·52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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