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동향] 편집자를 위한 출판물

입문자뿐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도 추구하는 편집자 서적 연이어 출간
아직 개론서 수준의 서적만 출간돼… 맞춤형 서적 필요성 제기

2009년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소통’이다. 출판계에서도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소통’이 선정됐다. 출판계의 소통은 편집자가 담당한다. 편집자는 하나의 출판물이 완성되기까지 저자와 계약을 맺고 독자 의견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소통을 매개한다. 출판업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한국이지만 이제 편집자들은 전문가로서의 직업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편집자 서적’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석 달 새 각종 편집자 서적 출간

출판유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석 달간 『편집자란 무엇인가』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편집에 정답은 없다』 『유혹하는 에디터』 등 네 권의 편집자 서적이 출간됐다. 적은 수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간 국내에서 출간된 편집자 서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임이 분명하다.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실용서부터 에세이까지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휴머니스트 출판사 김학원 대표는 지난 8월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에는 저자 발굴, 원고 편집 같은 시작 단계부터 출판 계약, 표지 만들기, 홍보 같은 완성 단계까지 단행본 제작에 필요한 정보 대부분이 들어있다. 저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인쇄산업이 쇠퇴하는 디지털 시대의 출판까지 조망하고 있다. 「씨네21」 고경태 편집장의 『유혹하는 에디터』도 특색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잡지 편집자의 바람직한 모델은 문장을 갖고 놀 줄 알면서도 콘텐츠의 본질까지 장악하는 멀티플레이어다. 그는 뛰어난 멀티플레이어가 되려면 헤드라인과 지면의 관리, 글쓰기 능력, 기획력의 3박자를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자’ 서적인 만큼 책이 소통을 시도하는 핵심 독자는 출판계 후배들이다. 표정훈 문학평론가는 “1990년대부터 빠르게 성장한 국내 출판계의 첫 세대가 완성됐다”며 “편집자 서적의 출간은 이들이 축적된 ‘세대경험’을 후배에게 전수하려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유인물로 수업해온 서울출판학교(SBI) 측은 “수요에 비해 교재가 부족했던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편집자 서적의 출간에는 비단 출판계 후배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려는 편집자들의 노력도 반영됐다. 한국출판학회 김기태 교수(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는 이를 “편집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이미 5천부 이상 팔리는 대중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책 만드는 과정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편집자 서적이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집을 위한 인문학적 토대 마련

전자출판의 등장으로 인쇄 매체가 쇠퇴하면서 편집자는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편집자 서적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편집에 대한 인문학적 토대를 마련해 미래와의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편집에세이 『편집자 분투기』(2004)를 출간한 출판마케팅연구소 정은숙 대외교섭본부장은 “편집자 서적은 ‘편집자정신’을 담은 인문 서적”이라고 말한다. 편집자 서적이 책을 왜 만드는지, 편집자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편집자 서적은 급변하는 출판 환경에서 책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편집자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간된 서적들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완책을 제시한다. 표정훈 문학평론가는 “아직까지 편집자 서적은 개론서 수준”이라며 “학술·아동·전자 등 각 분야에 맞는 ‘맞춤형’ 서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태 교수는 “일부 책에서 개인적 출판관을 일반적 관점인 양 과장한다”며 “출판게 내부에서 상호비판을 통해 이러한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과 서사를 재창조하는 편집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요즘, 편집자 서적의 출간은 미래를 ‘편집’해나갈 이들을 위한 조용한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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