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부문 가작 수상소감

오근창
철학과 석사과정

당선 소식을 전하는 연락을 받고 처음 든 느낌은 당혹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저 남는 시간에 끼적인 엉성하고 조악한 글일 뿐이었는데, 생각지 않게 일이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학이든 영화든 이전에 이렇다 할 비평을 써 본 일도 없고, 당연히 이런 당선 소감 따위를 써 본 적도 없다. 더군다나 언제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자는 게 가장 큰 생활신조 중 하나인데 이런 낯 뜨거운 일을 해야 한다니!

고전 영화를 즐겨보는 어엿한 영화광도 못 되고, 그나마 문학 동아리에서도 한 학기도 채 못 있었던 내가 영화 또는 비평에 대해 무슨 뾰족한 할 말이 있겠는가? 물론 내게도 소방서에서 군 생활하던 시절, 비번 날 가끔 가던 종로의 몇몇 극장들을 아끼던 시기가 있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대 후에 영화가 발휘했던 마력이 많이 사라졌고 영화로부터 멀어졌다. 내게 영화가 단순히 지루한 일상의 보충물이 아니라, 계속 머물고픈 자족적인 세계가 됐더라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대한 거창한 정의나 영화를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 같은 건 모른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나서 부담없이 몇 마디 할 수 있는 것, 그게 영화 예술의 힘인 거 같다. 심지어 나 같은 사람도 떠들고 있게 하는 힘. 그저 영화를 보면서 오늘의 여기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아직은 한국영화, 동아시아영화들에 더 관심이 간다. 기왕 주어진 지면이니 몇 마디 더 해봐야겠다.

본문에는 쓰지 못했지만 <마더>에서 마을 한가운데 옥상에 빨래 널듯 올려진 주검을 보면서 용산을 떠올렸던 사람들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겨울 어느 아침 용산에서 있었던 소식을 듣고 받았던 서늘한 충격이 생생한데,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다시 또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같이 봐주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도록 재촉하고 응모하도록 강제해 준 선영에게 고맙다. 앞으로도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길. 무엇보다 미욱하고 무심한 아들을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하고 또 감사드린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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