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수상소감

이광욱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먼저, 시를 쓸 수 있도록 생명과 언어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스물 일곱, 천재들이 요절하는 나이라지요. 지난 4월 ‘고운 뇌혈관이 찢어진 채로’ 병원에 실려가던 날을 기억합니다. 우습게도 수술대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나는 천재가 아니니 절대 죽을 리는 없겠구나’라는 안도감과 ‘세상에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으니 어떻게든 살아야겠구나’ 라는 욕망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작게나마 새로운 시작(詩作/始作)의 가능성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암담했던 기억을 빛나는 감사로만 가득 채워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대학신문』에 감사드립니다.

부침(浮沈)을 거듭하던 습작에 야광찌처럼 민감하게 반응해 준 시속 동인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바쁜 기자 생활 중에도 시인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병철형, 왜 쓰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마음을 울려주던 바람낚시꾼 기일, 진지한 시적 탐구와 풍성한 언변으로 시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준 희수, 마음 속 깊은 샘을 파내느라 ‘깜해진’ 손톱을 들어보이던 민조, 퍼즐처럼 흩어진 시의 조각들을 껴안아주던 ‘오이디푸스’ 현동, 공부와 인생뿐만 아니라 이제는 시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멘토 근애누나. 술잔을 부딪히며 외치던 ‘건필’하자는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킬 수 있게 된 것 같아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거지의 거친 밭에 복의 씨를 뿌려 준’ 뮤즈 보람, 항상 따뜻한 눈웃음으로 지켜봐주는 진흙, 지나쳐온 날보다는 앞날을 기대해주시는 정연누나, 설령 아무도 취하지 않을지라도 가장 성실하고 훌륭한 독자가 되어준 미식가 재민, 매주 토요일, ‘나비, 다녀가시다’에 내려앉을 때마다 꿀 같은 조언을 선사해주시는 시인 유순예 선생님.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았으니, 이젠 제가 돌려드릴 차례겠지요.

마지막으로 모국어와 문학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신 국어국문학과 선생님들과 부족한 작품을 심사해주시고 선정해주신 오생근, 장경렬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유희’보다는 ‘정신적 힘’의 중요성을, ‘자부심’보다는 ‘부끄러움’을 일깨워 주신 것이라 믿고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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