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수상소감

권보경
기술정책경제경영
협동과정

가만히 있다가도 ‘너무 좋아’, ‘행복해’ 란 말이 터져 나왔다. 같이 있던 언니가 그런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괜히 쑥스러워 샐쭉 따라 웃었다. 며칠을 땅바닥에 발을 딛지 않고 동동 떠다녔다.

어릴 적부터 나에게 문학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과연 얼마나 이해했을까 싶은 책을 끼고 다녔다.
내가 사랑한 책들 - 엔도 슈사쿠의 『침묵』, 카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쥴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한강의 『몽고반점』과 그리스 비극 등 - 이 책들을 통해 조금씩 인생을 배웠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법을 배웠고, 내 몫의 인생을 마주하면서 끝끝내 살아내는 것의 위대함을 배웠다. 인생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절망을 견디며 끝내 웃음 지어보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생을 통해 그제야 문학의 아름다움을 알았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 수많은 작가들처럼 나도 언젠가는 꼭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늘 자신이 없었다. 내가 글을 써도 되는 것일까 길은 불안해 보였고 용기 없이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수상소식은 그래서 더 짜릿했다. 저택 문 앞을 기웃거리던 꼬마에게 날아온 파티 초대장이었다. 희망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많이 부끄러웠다. 팔삭둥이 아이를 안은 엄마처럼 부끄럽고 또 미안했다.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윤동주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남 앞에 보이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글을 보인다. 많이 많이 부끄러워하자. 그래서 언젠가는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 부끄럽지만, 조금 더 용기를 갖고 발걸음을 내딛어보고 싶다. 이제는 치열하게 써보고 싶다. 내게 희망을 보여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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