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부문 심사평

대학문학상 시나리오 부문에는 올해 「조문」 한 편만이 응모했다. 과연 이 단순한 제목으로 무슨 말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 응모작을 대하면서 가진 심사위원으로서의 첫 느낌이었다.

이 작품은 지윤이라는 주인공 아이가 할머니 장례식에 갔다가 일면식 없는 선희의 장례식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두 문상의 모습을 대비시켜 우리의 문상관행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조문의 본질이 변질되어, 화환이 얼마나 많은지, 누가 보낸 화환인지, 상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지로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경향이 만연한 세태가 마지막 날의 텅 빈 빈소와 대비되면서 이 모든 것들이 허례허식임을 보여준다. 아울러 지윤이를 통해 알게 된 선희네 장례식의 모습은 이러한 세태의 허상을 더욱 부각시킨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러한 주제를 제대로 구현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관객이 상상을 통해 추론해서 구성해야만 작품의 의미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제 전개에서 무언가 새로운 나름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했으면 했다. 다만 지윤이를 통해 알게 된 선희네로부터 두 가족이 정서적 안정을 찾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리얼하게 다가온다. 응모자의 외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면서 더 많은 정진을 기대한다.

변창구 교수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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