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심사평

시인 메리앤 무어는 “만일 당신이 원래의 상태 그대로의 시의 원재료를, 그것도 모조품이 아닌 진정한 것을 요구한다면, 당신은 시에 흥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때 “시의 원재료”라 함은 인간의 작은 몸짓 하나에서 시작하여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세계 안에 존재하는 진정한 대상에 관심을 갖거나 이를 탐구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바로 잠재적 시인일 수 있다. 그런데 젊은이들 가운데 그렇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모든 젊은이는 잠재적으로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대학 문학상에서도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시인으로서의 잠재력을 보여 주었다. 물론 만족스러운 숫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24명의 응모자가 대상에 대한 나름의 진지한 관심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려 했던 것이다.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 심사위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미래의 시인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응모작들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논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그 모녀의 목욕 풍경」과 관련하여 대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시어의 압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필통」의 경우, 재치 있는 시적 발상이 돋보이지만, 시적 긴장감과 완성도의 측면에서 아쉽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용두사미」는 소재의 참신함과 섬세한 상황 묘사로 인해 주목을 받을 만한 작품이긴 하나, 절제되지 않은 시적 진술이 작품의 시적 형상화를 어렵게 하고 있음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어서 「삶은 계란」의 경우,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섬세함은 주목할 만하지만, 시적 진술이 상투적이고 시적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천년의 계단」은 시적 형상화의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으나 시적 사유의 깊이가 미흡하다는 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화인」의 경우 절망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적절히 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나,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화인」과 함께 제출한 여타의 작품들을 볼 때, 이 작품의 응모자는 시적 언어 구사 능력이나 형상화 면에서 일정한 수준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화인」을 당선작으로 올리기로 한다.

이번 대학 문학상 시 부문에 응모한 모든 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란 모조품이 아닌 진정한 대상에 대한 관심과 탐구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곧 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란 궁극적으로 언어와의 싸움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싸움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끝으로 이번에 당선의 영예를 안은 학생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아울러, 응모자 모두에게 시에 대한 열정에 변함이 없기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생근 교수(불어불문학과), 장경렬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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