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평

올해 대학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우수한 작품이 여럿 응모해 솜씨를 겨뤘다. 투고된 여러 편 작품들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것은 「변신」, 「완벽한 인생」, 「뱀딸기」, 「고양이에 관한 소묘」 등 모두 네 편.

「변신」은 한 직장 여성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이 프레스기에 눌린 것처럼 납작하게 변해버렸더라는 이야기이고, 「완벽한 인생」은 날마다 부고장을 받는 기이한 상황에 빠진 한 남학생의 실연 이야기다. 「뱀딸기」는 유년기 소녀의 성 경험을 그린 것이고, 「고양이에 관한 소묘」는 요즘 젊은이들의 메마른 사랑을 리얼리스틱하게 펼쳐놓은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아쉽게도 먼저 가려낸 것은 「뱀딸기」와 「고양이에 관한 소묘」. 「뱀딸기」는 문체와 어휘가 뛰어나지만 은연중에 신경숙이나 오정희 풍을 연상시키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고양이에 관한 소묘」는 연애 문제를 고양이 키우는 일에 겹쳐 놓은 발상의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평이한 구성으로 말미암아 2%의 결핍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유명한 저 박태원은 현대작가라면 모름지기 유머와 위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세계는 이미 고통스럽고 불행하며 분열돼 있는데, 이 뻔한 사실의 늪에 침닉되지 않으려면 유머와 위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신」과 「완벽한 인생」은 이 요건을 충족시킨 작품들이다. 「변신」의 여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종잇장처럼 얇아진다는 것이나 「완벽한 인생」에서 주인공이 날마다 부고장을 받는다는 설정은 그 상징성 면에서 매력적이고 유쾌하다. 「변신」의 여주인공이 종잇장처럼 얇아진 자신의 몸에 유방을 그려 넣고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나, 「완벽한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이 가장 신뢰한 애인과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부고장을 받는다는 것이나 기교면에서 둘 다 훌륭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완벽한 인생」이 아니고 「변신」이었나? 그것은 보편화하는 힘의 차이 때문이다.

「변신」은 표피적 육체의 아름다움에 매몰된 현대인의 미의식과 강박관념을 유머러스하게, 그러나 아주 날카롭게 비판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하면 「완벽한 인생」의 이야기는 아직 대학교 캠퍼스의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 「변신」은 변신담이라는 낯익은 소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변신」의 작가에게는 당선의 축하와 함께 더욱 정진해 줄 것을 요청한다. 「완벽한 인생」의 작가에게는 위로와 함께 성원을 보낸다.

임홍배 교수(독어독문학과) 방민호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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