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부문 심사평

올해 대학문학상 영화평론 부문에 응모한 총 5편의 작품은 예년에 비해 고른 수준을 보여줬다. 당선작을 고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들 가운데 「<괴물>, <마더>, 그리고 트라우마」와 「영화 ‘쏜다’가 우리에게 쏘는 화해의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평이한 글이어서 우선 수상후보에서 제외했다. 분석 틀이나 논리전개 모두 상식적인 틀에서 깊게 나아가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나머지 세 편의 글은 수준의 우열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감성으로의 복귀, 영화 <디어 헌터>」는 필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인문적 교양의 흔적이 적지 않은 두께로 녹아 들어있는 흥미로운 글이었다. 다만 영화평론이라기보다는 문학적 에세이에 가까운 글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마더> 또는 수건돌리기 놀이의 윤리에 대하여」는 기왕에 나온 <마더>에 관한 평론에 비해 두드러지게 다른 면모가 보인다는 느낌은 약하지만 논리전개가 탄탄한 편이었다.

다만, “나만 아니면 누구든 나의 죄를 떠맡아달라고 아우성치는 철없는 아들들의 끝없는 수건돌리기 놀이를 끝내고, 그 놀이를 발생시켰을 우리의 무의식, 우리의 욕망의 기저로 다가서야 한다”고 보는 이 글의 결론에는 수긍할 수 있지만 거기 도달하기까지의 분석과정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정신분석적 틀을 거론하지만 슬그머니 뒤로 밀어놓은 뒤,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윤리에 관해 추리 플롯의 해독 과정을 거쳐 단언하는 과정이 상식적인 선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더>의 이미지 분석에 할애하는 지면이 적은 듯이 보인다. 예를 들면 문아정의 죽음이 전시되는 옥상의 이미지에 관해서라도 더 많은 시각적 분석이 필요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의 잔혹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들뢰즈의 이론을 통한 레오네 영화의 분석을 중심으로」는 성실한 학도의 논리전개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들뢰즈의 이론을 상술하면서 구로사와 아키라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를 끌고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개별 작품 분석이 너무 적다는 느낌을 주었다. 레오네 영화의 몇몇 이미지가 거론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이것을 동시대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영역을 넓혔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이를테면 박찬욱의 <박쥐>와 같은 영화를 이 분석틀로 깊게 다뤘더라면 반가웠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영화에서의 잔혹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들뢰즈의 이론을 통한 레오네 영화의 분석을 중심으로」를 우수작으로, 「<마더> 또는 수건돌리기 놀이의 윤리에 대하여」를 가작으로 추천한다. 당선자들의 필력에 기대를 걸고 싶다.

김영진 교수 명지대·영화뮤지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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