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사전 개봉 등 선거부정 의혹 제기… 감청 논란까지 불거져 학생사회 ‘충격’


최창문 기자

지난 25일(수) 53대 총학생회(총학) 선거 개표과정에서 서울대 사상초유로 부정선거 의혹 및 감청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거가 무효화됐다. 총운영위원회(총운위)는 긴급회의를 열고 내일부터 4일간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진상을 규명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3면>

지난 25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3일간의 연장투표 결과 투표율이 50.6%에 이르자 각 선본이 모인 가운데 개표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명부 확인 작업을 마무리하던 26일 오전 8시 30분경 「Yes, We Can」 선본이 투표함 봉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투표의 유효성 논란이 시작됐다.

 「Yes, We Can」 선본은 “투표함 봉인을 위해 붙였던 견출지가 뜯겨져 있고 도장이 지워져 있어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투표함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각 선본은 재투표를 주장하는 입장과 개표를 하자는 입장으로 나뉘어 3시간 동안 공방을 벌였고 결국 진상 규명 전까지 개표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경 「Yes, We Can」 선본이 총학실에 MP3를 설치해 몰래 녹음한 음성 파일을 공개하면서 파문은 더 커졌다. 「Yes, We Can」 선본은 “선관위가 각 선본별 득표율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선거 결과를 언 급하는 내용이 녹음돼 있다”며 “정황상 선관위가 투표함을 사전에 개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Yes, We Can」 선본의 불법 감청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날 오후 대책 논의를 위해 선관위의 상위기구인 총운위가 소집됐다. 총운위는 장시간의 논의 끝에 △53대 선관위의 총사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위) 구성 △재선거 시행을 결정했다. 이날 총운위 임시의장을 맡은 사회대 학생회장 구현씨(정치학과·06)는 “선관위의 사퇴는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부정행위를 했는지의 여부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출범하는 선관위원장은 인문대 학생회장 은지씨(고고미술사학과·07)가 맡게 됐으며 총운위원들의 추천을 받은 손종학씨(물리교육과·04), 조현진씨(국사학과·04), 송유창씨(통계학과·07), 최필준씨(자유전공·09), 안혜원씨(작곡이론·09) 등이 새로운 선관위원으로 인준됐다. 또 총운위는 진상 규명을 위해 『대학신문』,  「서울대저널」,  「교지관악」,  「교육저널」에 진상위를 구성할 것을 요청해 「서울대저널」,  「교지관악」,  「교육저널」이 각각 2명씩 참여하기로 했다. 『대학신문』은 “학내 언론으로서 객관적인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며 진상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재투표의 성사 전망은 밝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를 강타한 부정선거 의혹과 위법행위로 학생회의 신뢰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준호 교수(생명과학부)는 “서울대 학생의 민주주의 수준이 개탄스럽다”며 “총학선거가 이런 식으로 파행을 맞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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