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 논란으로 본 서울대 등록금 문제

1996년 「서울대 50년사 편찬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1972년 서울대 인문ㆍ사회계열 등록금은 3만 2천 7백원이었으며, 96년에는 30배가 오른 99만 2천원이었다. 올해 인문ㆍ사회계열의 신입생 등록금은 192만 2천원으로 작년에 비해 8% 가량 인상된 수치다.

지난 몇 년간 서울대 등록금 투쟁의 주요 쟁점은 ‘기성회비’였다. 기성회비는 60년대 중반 “국가의 부담으로 미치지 못하는 긴급한 교육시설 확충과 학교운영 등에 관한 경비를 학부모로부터 지원 받는다”는 취지로 생긴 기부성 경비였으나, 현재는 사실상 국립대 등록금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등록금 중 수업료는 정부의 규제를 받지만, 기성회비는 대학이 자체 결정하도록 돼 있으며 서울대도 매년 평균 5∼10%이상씩 기성회비를 인상해 왔다. 지난 2002년과 2003년에는 기성회비를 교직원 수당으로 부당 지급해온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본래 기성회비는 실험실습기자재나 교육시설 개선 등의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며, 직원들의 수당으로는 지급할 수 없다.

이에 서울대 학생들은 매년 본부에 기성회비 책정 과정과 결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왔다. 96년 서울대 총학생회는 ‘기성회비의 파행적 운영과 교육비의 민중전가 반대를 위한 관악 2만인 편지보내기 운동’을 벌였으며, 2000년에는 의대학생 400 여 명이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철회하라”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작년 6월에는 총학생회가 “올해 기성회비 인상분 가운데 교직원 처우개선 등의 목적으로 66억원이 사용된 것에 대한 타당성을 밝혀달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올해도 서울대는 등록금 투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과대 연석회의에서는 지난 2월 18일 ‘2004 교육투쟁 특별위원회’를 설립해 등록금 투쟁과 함께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반대’, ‘대학민주화 쟁취’를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교육투쟁 특별위원회 집행 위원장인 김도훈씨(경제학부ㆍ01)는 “우리의 입장은 단순히 ‘등록금을 올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며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학생들에게 교육비용을 전가하는 정부와 학교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서울대는 한국의 대학 정책을 선도하는 상징적인 존재”라며 “서울대가 다른 국[]사립 대학의 등록금 책정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등록금 인상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 예산담당관 허현욱씨는 “교육부의 재정 지원과 외부의 발전기금이 줄어들면서 학교 재정이 매우 어렵다”며 “학생들도 학교의 발전을 생각해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기성회비의 일부를 교직원 수당 예산으로 사용해 감사원으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 기성회비 인상분 중 교직원 수당에 사용한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은 앞으로 발전기금, 동문기금 등에서 일정한 펀드를 조성해 점차 시정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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