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올해 1월 뉴욕타임스는 서울을 “매력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훌륭한 아트 갤러리, 세계적인 디자이너 부티크와 패션 명소를 즐길 수 있는 도시”라며 2010년 꼭 가봐야 할 세 번째 도시로 선정했다. 반면 지난해 10월 서울은 세계적인 여행서 출판사 론리플래닛의 사이트에서 세계 ‘최악의 도시’ 3위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 옛 소련 스타일의 콘크리트 아파트, 끔찍한 대기오염, 마음도 영혼도 없다”는 것이 그 선정 이유였다. 이처럼 공신력 있는 주요 국외 매체들의 엇갈린 평가는 세간의 주목을 끌었으나 론리플래닛 관련 기사가 론리플래닛 측의 공식발표가 아닌 사이트 내 설문조사 중 일부 의견으로 밝혀지며 이와 관련한 논란은 한 차례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09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조사한 결과 84.6%가 서울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론리플래닛의 보도에 대해 공식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의 이미지와 위상 나아가 한국 관광정책에 대한 논쟁이 가속화 됐다.

이러한 서울시의 대응에 대해 홍성태 교수(상지대·문화콘텐츠학과)는 “회색 콘크리트 아파트, 수많은 자동차, 번쩍이는 간판으로 대변되는 서울에 대해 론리플래닛이 정확한 지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의 「2009 외국인이 본 한국관광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조사」연구에서 ‘실제 한국에 방문한 관광객 3명 중 1명이 관광 중 언어 소통, 교통 체증 등으로 인해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도시계획과 관광정책을 반성하고 장기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처럼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서울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한국 방문의 해’ 사업과 한국 관광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번져가는 상황이다.

◇경제만을 쫓는 한국관광, 문화와 역사는 어디로

국외 매체들과 외국인 관광객, 그리고 한국 문화·관광계는 현재 한국의 모습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한국을 어떠한 지표를 통해 바라봤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가 밝힌 서울에 꼭 가봐야 할 이유는 그 지표가 도시의 경제성과 상품성에 맞춰져 있는 반면 론리플래닛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의 경우 문화와 역사에 그 지표를 두고 서울과 한국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더불어 「2009 외국인이 본 한국관광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조사」연구에서 ‘한국이 개발해야 할 관광 상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역사와 전통문화’라는 대답이 46.7%에 달한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한국의 관광정책이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식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유산연대의 한 관계자는 “정부 관광정책은 문화, 역사에 대한 보존과 개발보다 대형쇼핑몰, 복합문화공간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만 매진하여 정작 한국문화를 보여 줄 전통문화공연, 박물관 등은 내실 없이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중강 국악평론가 역시 “전통문화 공연을 하던 인형극단, 마당놀이패 등이 지원 부족과 경제난을 이유로 해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최한 전통문화 공연에 전문 공연가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공연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통문화에 대한 지원책이 전혀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이러한 정부의 편향된 지원 문제는 전통공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관리할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한국전통문화학교는 정부의 문화 보존 정책 미비로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려 전문가로 활동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최광식 교수(고려대·한국사학과)는 “전통문화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만들어진 유일한 교육기관에 학생들이 전통문화 전문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정부의 편중된 지원과 정책은 관광을 문화, 역사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당장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산업의 한 분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화유산연대의 한 관계자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 궁 페스티벌 등 여러 행사 때문에 궁궐이나 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가 궁궐 기능이나 가치와는 무관한 문화행사를 벌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최광식 교수는 “왕릉, 사찰, 유적지 등과 관련한 행사는 많지만 정작 이를 보존하고 관리할 책임자는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비전문가가 하고 있다”며 “호텔과 기업에는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 반면 전통문화를 발전시킬 전문가 양성에 소홀한 점은 정부의 정책에 문화, 역사에 대한 고민이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 진행되는 정부의 사업들이 오히려 문화와 역사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등한시한 채 수익사업에 몰두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정부의 관광정책은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 방문의 해가 필요 없는 한국 만들기

2008년 출범한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자문 교수 두명을 제외한 임원진 모두가 기업의 CEO 출신이다. 이는 관광을 단기 이익 창출을 위한 분야로 생각하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의 인식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를 추측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화·관광계의 전문가들은 관광정책에서 고려돼야 할 것은 단기적 수익이 아닌 문화와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연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는 “고유의 문화가 깃들지 않은 행사, 상품만으로 관광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관광은 문화적 발전이 이뤄졌을 때 부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한국 방문의 해와 같은 단발적인 행정사업이 아니라 유·무형 문화재를 보존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한국 방문객을 늘릴 수 있는 제대로 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성태 교수는 “일본이 관광대국이라 불리는 것은 자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유산의 개발과 더불어 애니메이션, 음식, 지역 축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고안했기 때문”이라며 “관광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타 국가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문화 육성과 지원이 우선”이라고 현 관광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한편 한국 관광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문화연대의 문화정책센터 배성인 소장은 “관광정책은 환경, 역사, 문화, 철학 등 다층적 시각에서 고민돼야 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방문객, 지역 공동체, 문화계 등과 소통할 수 있는 기구와 조직이 구축됐을 때 제대로 된 관광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외에서는 영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관광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문화적 계획, 창조적 계획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민, 문화계,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역사, 전통,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공청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자발적 민간조직 구성을 도모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관광정책 수립과 관련한 업무가 정부산하의 기구들에 분산돼 있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할 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배성인 소장은 “현재 각 부처에서 각기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통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국내 문화 전문가 양성과 거주 외국인 인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관광안내자를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문화, 역사, 전통을 고려한 관광정책의 부재가 이러한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전통과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없이 단발적인 사업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관광정책은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부표를 잃고 표류할 것이란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동연 교수는 “한국을 정말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한국 방문의 해’가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게 할 문화 경쟁력”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방문의 해는 이미 그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사업이 각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한 관광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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