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한국관광]

관광객을 위한 통역서비스에서
다문화 사회 언어 장벽을 없앨 언어의 나눔으로


성경 속 창세기에는 바벨탑이 세워지기 전 모든 인간의 언어가 하나였던 신화적 시대가 그려져 있다. 역사 속의 인류는 서로에게 낯선 언어로 말해 왔다. 그러나 다문화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 바벨탑 이전처럼 언어의 장벽 없는 소통의 세상을 꿈꾸는 언어·문화 봉사단이 있다. “Before Babel Brigade”라는 슬로건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언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언어 통역 서비스를 전개하는 시민자원봉사단체 ‘BBB코리아’다.

거주 외국인 120만명, 연간 외국인 관광객 78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은 말 그대로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주 외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겪는 가장 큰 문제인 ‘언어’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BBB코리아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방한 외국인들에 대한 통역 봉사를 기점으로 시작된 BBB코리아의 ‘한국BBB운동’은 현재 은퇴 외교관, 전·현직 교수, 회사원, 대학(원)생, 주부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주축이 돼 봉사활동을 전개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17개의 언어를 24시간 통역해 주는 이 운동은 정부의 정책이 해결하지 못했던 다양한 언어권의 한국 거주민과 관광객들에 대한 통역을 맡아 왔다. 통역을 받고자 하는 이들은 BBB코리아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고 나서 자원봉사자의 휴대전화기로 연결 받아 통역 서비스를 요청하면 된다. 이들의 활동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지난해까지 총 15만 7천 건에 이르러 그동안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외국인 근로자 수와 다문화 가정의 수가 증가하며 베트남어, 태국어를 중심으로 한 통역서비스 요청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해당 언어의 봉사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그 내용도 단순 언어통역을 넘어 고민상담, 고충해결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어 봉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재정확충 문제도 BBB코리아에 큰 고민 중 하나다. BBB코리아는 비영리단체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과 기업의 협찬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BBB코리아의 정동익 간사는 “정부 지원과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지만 지원이 언제 끊길지 몰라 재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지원한다면 BBB운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자원봉사단체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문화가 한국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화두에 오르고 있지만 관광 영역에서는 그 인식의 지평을 쉽사리 넓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미 문화권, 동아시아권 외의 나라들에 한국 관광지를 소개할 웹사이트, 책자, 표지판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다양한 언어권의 통역사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의 부재와 궤를 같이한다. 이런 가운데 BBB운동 같은 노력은 관광의 영역에서 ‘다문화’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가 이러한 자원봉사단체에만 기댄 채 다문화 전문 인력 네트워크 구축이나 관광객, 거주 외국인에 대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정동익 간사는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비영어권 외국인들을 위한 관광정책을 마련하고 거주 외국인들이 겪는 수많은 차별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BBB코리아 역시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의식을 가지고 한국 관광을 지원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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