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문화산책

[전시] 서울대 미술관 MoA「Designers in Residence-MoA의 공간탐구」전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서울대 미술관 MoA는 수직과 수평의 동선 변화가 가져오는 독특한 리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조형미를 갖춘 미술관임에도 MoA의 엄숙한 이미지는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선을 긋고 있다.

오는 4월 11일(일)까지 열리는 「Designers in Residence-MoA의 공간탐구」 전에서는 MoA 이미지의 편견을 깨는 새로운 공간 구성 시도가 펼쳐진다. 작가들은 ‘미술 관람은 어렵다’라는 대중의 편견을 향해 ‘일단 들어와 보시라’는 응답을 디자인에 담아 던진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손주영 선임학예사는 “디자인하면 상품이나 작품으로 ‘전시’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 같은 새로운 감상법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전시의 의의를 전했다.

이성진, 「Lighting talk-moon」, LED 및 혼합재료, 160x160x210cm, 2010

이상진 작가의 「Lighting talk-moon」은 빛의 조각들이 만든 잔상들과 그 주변에 설치된 벤치들로 전시장이었던 미술관을 쉼터로 재탄생시킨다. 또각거림만이 마른 정적을 깨우던 공허한 느낌의 미술관 지하엔 이제 깜깜한 밤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조밀하게 짜인 LED 격자 조명 하나하나의 점멸은 달과 호수의 형상을 연상케 한다. 지하에 마련된 카페에서 새어나오는 커피 향 내음을 맡으며 옆에 설치된 벤치에 누워 있자면 어느새 미술작품들과 하나됨을 느낀다.
이준, 「공간의 아리아」, 빔프로젝트, 2010

이준 작가의 「공간의 아리아」는 텍스트들을 미술관 벽면에 투사해 구름의 형상을 만들어 낸다. 이는 우리가 잘 응시하지 않는 미술관의 계단 하부나 외진 벽면들을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구성한다. 특히 이 텍스트들은 ‘김연아’, ‘빵꾸똥꾸’와 같이 친숙한 단어로 이루어져 있어 대중과 작품의 활발한 교감을 유도한다.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의미’와 그 안에 나름의 ‘이야기’가 공명하는 MoA의 「Designers in Residence-MoA의 공간탐구」 전은 전시관인 동시에 휴식 공간인 미술관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작가들은 전시 관람에서 감상의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문의: 서울대미술관MoA (880-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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