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변호사
박재영 변호사는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관련자들의 재판을 맡아 집시법 10조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면서 일명 '촛불판사'로 불려왔다.

10학번 여러분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마음껏 들뜨고 즐기며 충분히 행복하시길 소원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는 그렇게 할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할 의무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눠 줄 수 있지만 자기가 갖지 않은 것을 남에게 나눠 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즐기며 만끽하셔야만 비로소 이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행복을 누릴 권리뿐 아니라 그렇게 할 의무가 있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의 신분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많은 사람의 헌신과 눈물 어린 노력, 피와 땀으로 지켜온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대학의 한가족이 되었고, 이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 중 하나에 속하게 되었답니다. 그러므로 이런 여러분이 행복한 삶을 누린다면 여러분의 파급력 있는 삶으로 대한민국 역시 점점 더 행복한 나라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다만, 그 행복은 ‘쾌락’이라는 이름의 순간적인 행복이 아니라 ‘보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속 가능한 행복이어야 하겠지요.

여러분이 대학 생활동안 배우고 익히며 경험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파랑새라는 소설에서 보듯 행복은 그것이 제아무리 가까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발견하고 느끼며 누리는 자만의 것입니다. 그렇게 행복을 발견하고 느끼며 누리는 사람들에게서는 행복의 향기가 풀풀 묻어나는 법이겠지요. 그런데 이렇듯 자연스레 행복을 누리기에는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가진 분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감싸고 있던 가난의 상처, 자신의 외모나 키에서 온 극복하기 어려운 열등감, 내세울 것 없는 내 가족에 대한 부끄러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질투심과 분노 등 깊은 마음의 상처들이 여러분을 불행이라는 깊은 웅덩이에 가둬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행복은 여러분의 마음이 건강하고 예뻐진다면, 그 어떠한 순간에라도 우리와 함께할 수 있답니다. 결국 불행, 좌절, 소외감 등 모든 부정적인 것들은 과거에 불만족스러웠던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오랜 시간 상처받고 찢긴 ‘병약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들이지요. 여러분의 영혼은 이러한 과거 때문에 절망하고 한숨 쉬며 불안해하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순수하며 맑습니다. 새내기 여러분이 앞으로 주어질 4년의 시간 동안 이처럼 병약하고 부정적인 마음, 소극적이고도 못생긴 마음을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적극적이고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행복은 여러분의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도 함께하는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마음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여러분의 결심과 노력을 통해 그러한 날이 곧 오기를 소망해 봅니다.

제가 처음 법관이 될 때에 사법연수원 지도교수이셨던 조대현 헌법재판관께서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법관은 성직입니다. 여러분은 법관이 되면서 가장 출세한 것이니 그보다 더 출세하기 위해 구차한 선택을 하는 일은 피하도록 하십시오.” 이 말씀을 들었을 때 제 마음은 더 건강해졌고 부드러우나 강해졌습니다. 여러분의 선배들 역시 여러분의 마음을 더 건강하고 따스하게 하기 위하여 좋은 경험이라는 약으로써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줄 것이고 교수님들 또한 여러분의 상처 난 마음 부위를 잘 수술해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혹 학교 밖에서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 마음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울며 격려해 주고픈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학교와 사회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외부적인 조건에 일단 감사해 보는 마음,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꿔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마음, 나빠지는 여건 속에서도 결단코 좌절하지 않는 마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의 말과 행동조차도 너그러이 수용하려는 마음, 자신보다 부족하고 약한 자를 좀 더 배려하는 마음 등을 갖게 된다면 여러분 삶에 불행은 없습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입니다. 여러분이 갖게 될 건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주위 사람에게도 기쁨과 행복이 되겠지만, 그보다 먼저 그런 마음을 소유한 여러분 자신에게 평안과 만족과 보람이 될 것입니다. 진리가 어떠한 순간 속에서도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 과거에 행복했고, 현재도 행복하며, 앞으로도 행복을 누리며 나눌 변호사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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