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우저 교수
(Robert J. Fouser)

국어교육과

대학은 한자로 하면 大學인데 글자의 뜻은 ‘큰 공부’이다. 한자의 뜻처럼 한국에서 대학은 ‘큰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이다. 세계적으로 학교 제도를 보면 교육 기관은 초등 교육, 중등 교육, 그리고 고등 교육으로 분류돼 있는데 모든 고등 교육 기관이 ‘큰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는 아니다. 특정한 분야의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도 많다.

여러분이 입학한 서울대는 ‘큰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인데 ‘큰 공부’가 과연 무엇일까. ‘큰 공부’의 내용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중세 유럽에서 ‘큰 공부’는 ‘자유과(liberal arts)’였는데 내용은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점성술, 음악이었고 동아시아에서는 사서오경이 공부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19세기에 들어서서 과학이 발전하고 산업 혁명이 일어남에 따라 전문적 연구의 비중이 커졌고 이는 20세기의 규모가 큰 ‘연구중심대학’의 토대가 됐다.

21세기에 들어 학문 분야는 급속히 융합되고 있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같은 융합 연구 과제가 부상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더불어 세부 내용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필요하다. 이러한 ‘융합적 공부’가 바로 21세기의 ‘큰 공부’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학문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활동 분야가 융합하고 있고 변화의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재가 앞으로 더욱 필요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21세기의 ‘큰 공부’를 앞서 가는 서울대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복이다. 이 귀중한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넓은 분야의 교양을 공부하고 전공 분야에서의 융합적인 마인드를 닦아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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