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인문계열2·10

“불편한 몸 때문에 입시 공부가 힘들지는 않았냐”는 우문(愚問)에 “고3 때는 누구나 힘든 거잖아요, 저 혼자 힘들었던 것도 아닌 걸요”라는 현답(賢答)을 전하며 수줍게 미소 짓는 이하나씨.

이하나씨는 중2 때 코뼈가 시신경을 누르는 이형증후군을 앓아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는 “서울대에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지원했다면 비교적 쉽게 입학할 수 있었다”면서도 “나보다 몸이 더 불편한 학생들이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역균형선발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시각장애로 인한 두통이나 집중력 저하가 아니라 삶의 자세에 대한 고민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에 나가 행여 불합리한 구조에 순응하거나 소시민적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나씨는 용산 참사 당시 철거민들의 편에서 도움을 준 변호사들의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인권 변호사를 꿈꾸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미 시민단체 ‘인권운동사랑방’에 가입해 각종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고등학교 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결국 시민이 깨어 있어야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얻었다”며 “그때부터 각종 시민운동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이하나씨는 인문학적 지식을 쌓아 근본적인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라고 한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인문대에 입학했다. “앞으로 철학을 전공해 인권 운동과 결합시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이하나씨. 대학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당차게 출발하는 그의 모습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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