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학가는 무척이나 조용하다. 낮에는 강의실과 식당을 중심으로 붐비던 캠퍼스도 저녁만 되면 도서관에나 불이 켜져 있을 뿐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속이라지만 요즘 캠퍼스를 활보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은 물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당장 필자부터도 학점, 스펙, 군대, 연애, 취업 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 밖의 고민은 가뭄 든 저수지처럼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그러니 학생들 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고 이야기가 말라붙은 캠퍼스는 적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립 서울대에는 고요함이 찾아들 새가 없다. 다만 문제는 학교 곳곳에서 쉬는 날 없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드높은 학문에의 열정과 조국의 미래에 대한 염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사장에서 나는 소음, 한마디로 ‘삽질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사회대 중앙계단 로비를 뜯어고치기가 무섭게 주차장을 밀어버리고 신양 3관을 올리질 않나, 뾰족한 대책도 없이 기숙사 재건축에 돌입해 갈 곳 없는 학부생들을 대거 양산하질 않나, 그러더니 이번엔 후생관을 철거하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본부에게도 한마디 할 수밖에 없다.

그간 본부가 진행해온 무계획적이고 임시방편적이며 독단적인 캠퍼스 공간 활용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불편과 짜증을 안겨줬다. 역설적인 것은 이처럼 본부가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이 끝없이 서울대로 밀려드는 학생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제2전공을 의무화한다고 해서, 등록금 좀 올린다고 해서, 학생들을 위한 건물을 밀어버린다고 해서 학생들이 서울대에 안 들어오겠는가. 게다가 짧으면 4년, 길어봐야 10년이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과는 달리 퇴직할 때까지 머물러야 하는 본부 측에선 그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교를 ‘당신들의 천국’으로 만들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 결과가 식당과 각종 편의시설, 동아리방이 있던 후생관의 철거와 아시아 연구소의 건립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후생관과 관련된 애틋한 추억도 갖고 있지 않고 기사를 읽기 전까진 갈 곳 잃은 상인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해서 외면한다면 언젠가 본부의 삽날이 나를 겨누게 됐을 때 도와줄 이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본부 역시 제발 이제는 귀를 열어 달라. 10년 이상 일해온 상인들에 대한 정(情)이 자본주의 신념에 어긋난다면 적어도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정신 정도는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부디 당사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과 조속한 대책 마련이 이뤄지길 바란다.

전찬기 정치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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