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는 지난해부터 세종시 캠퍼스 이전 논의와 맞물리면서 학내외 할 것 없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본부 측은 초일류 대학으로 발전하려면 수익사업을 통해 기금을 마련하고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율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인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본부가 말한 것처럼 법인화된 서울대의 내일이 핑크빛으로 가득할까. 본부의 주장은 얼핏 들으면 학교나 학생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달콤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에 기초해 법안을 제멋대로 해석한 결과에 불과하다. 그들은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정부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고, 결과가 불투명한 수익사업을 마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인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있다.

국내외의 여러 사례들 또한 본부의 의견과 상충한다. 기사를 보면 수익사업으로 유명한 스탠포드대도 수익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예산이 전체의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본부가 학교채 발행으로 인한 등록금 인상을 막을 방안으로 내세우는 수익사업의 미래가 이렇듯 불투명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본부가 등록금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고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법인화된 서울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이다. 그런데 과연 본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부가 많은 돈을 지원해주는 동시에 자율성을 보장해줄까. ‘총장 선임, 대학 예결산 및 중요 재산의 취득 처리, 주요 조직 설치 및 폐지 등 학교 운영에 가장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외부인사를 50% 이상 선임해야 한다’고 명시한 법안 9조만 봐도 대학 행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정부의 속셈이 뻔히 드러난다. 이런 위험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법인화를 강행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겨울, ‘법인화’라는 본교의 미래를 좌우할 사안에 대해 캠퍼스 밖에서는 찬반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학생들이 떠나간 캠퍼스는 이렇다 할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침묵했다. 법인화로 인해 누구보다도 많은 영향을 받을 학생들이 정작 법인화에 가장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면 법인화 문제는 우리 손에서 벗어나 본부의 뜻대로 이뤄질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그 어느 것보다 법인화에 대해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방인환
국어교육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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