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주체자로 발돋움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문화활동
현실적 지원과 더불어 장애인 문화를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 필요

'장애인 문화’하면 장애인 올림픽이나 장애인 예술제 등 극히 적은 수의 행사만 떠오른다. 우리나라엔 총인구의 4%에 해당하는 장애인들이 있지만 장애인 문화는 그 규모나 중요성에 비해 경시돼 왔다. 그럼에도 신체적 제약을 딛고 그들의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해 온 장애인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문화 활동에 대한 지원금 삭감’과 ‘장애에 대한 편견’이라는 이중의 벽과 마주하고 있다.

◇문화 주체로 일어서려는 장애인들의 문화활동=국내 장애인 문화예술은 주변의 무관심과 차별 어린 시선에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미 여러 장애인 예술단은 문화 주체로서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고,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은 전국순회공연을 하는 동시에 ‘희망음악회’ 등을 열어 장애인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또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wheel)’은 정기 공연을 여는 것과  함께 전문적인 장애인 연극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장애인 연극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공연등의 행사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장애인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체적 노력도 눈길을 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에서는 사물놀이 강좌를 통해 장애인의 자발적인 문화여가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실로암 장애인 복지관’에서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악기교실, 도자기 공예교실 등을 운영하며 장애인 혼자서는 배우기 어려운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 주체자로 당당히 일어서려는 그들의 노력은 지원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장애인 ‘예술’을 ‘장애인’ 예술로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활동을 이어나가기 벅찬 상황이다.

◇이중의 벽에 부딪힌 장애인 문화=정부는 2010년 장애인에 대한 복지예산을 전년대비 2.7%(187억여원) 삭감했고 이에 따라 장애인 문화예술 예산 역시 삭감됐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 김유진 단장은 “장애인 예술에 대한 상당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는 미국,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 문화 활동 지원은 후진국 수준”이라며 “다른 예술단체의 지원과 비교해봐도 장애인 예술에 대한 지원은 너무나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단체의 민종기 회장은 “정부 지원은 공연공모전에 당선된 다음에야 받을 수 있을 뿐더러 그것도 충분치 않아 단원들의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회적 약자의 문화공연 관람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한 문화바우처 사업은 정작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인터넷으로 공연 예매를 하고 극히 한정된 공연 시간대에 맞춰 극장을 찾아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문화바우처 사업 이용률은 목표했던 40%에 훨씬 못 미치는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편 장애인 예술을 예술 자체로서 온전히 바라보지 않는 시각은 장애인들이 겪는 또다른 어려움이다.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 배은주 단장은 “실제로 사람들이 장애인 문화예술을 접할 때 장애인들을 문화 주체자로 생각하고 감상하기 보단 장애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애인 예술은 비장애인들의 예술에 비해 뒤쳐진다는 편견 때문에 장애인들의 문화활동 범위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문화, 가뭄을 이겨낼 단비를 위해서=장애인 문화 예술이 발전하려면 장애인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정책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장애인 예술은 일반적으로 비장애인 예술보다 추가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편의 시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문화 바우처 사업과 같은 정책 지원 등에 있어서도 장애인의 신체적 제약을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안응호 정책연구실장은 “장애인들은 문화를 접하고 재능을 키워나가는 데 비장애인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며 “장애인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장애인들에게 문화적 교육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애인 예술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장애인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일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장애인 예술을 ‘예술’로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흥식 교수는 “장애인 예술이 예술 자체에 대해 비장애인들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는 것은 또다른 차별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단지 시혜적 차원에서 지원하기보다는 하나의 예술로서 지원한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진 단장 역시 “최선을 다하려는 장애인들의 열정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덜하진 않다”며 “엄연한 전문성을 지닌 장애인 예술을 예술로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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