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각 장애인 밴드‘실로암7.1밴드’리더 나정현씨
‘실로암 7.1밴드’는 관악구 봉천동에 소재한 실로암 복지관에 소속된 시각장애인 밴드다. 이 밴드는 지난해 2월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의 지원을 받아 결성됐다.
올해 리더를 맡게 된 나정현씨는 교회 청소년부의 찬양팀에서 11년 동안 일하던 중 실로암 복지관의 밴드 모집 오디션을 통해 일렉 기타 연주자로 선발됐다. 그는 밴드 결성 후 처음 한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복지관에 카페가 생겨 복지관 앞 인도에서 오픈행사를 하게 됐다”며 “하지만 도로의 소음과 거리의 북적거림으로 인해 각 파트마다 자기 소리만 내는 공연이 돼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얼굴이 붉어질 만큼 망친 공연이었지만 첫 공연이었던 만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비록 첫 공연은 망쳤지만 그 이후로 그들은 하루 6시간이 넘게 연습을 한 끝에 비로소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나정현씨는 “작년 한 해 동안 큰 규모의 공연을 7개 정도 진행했다”며 “장애인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 위주로 공연을 했지만, 지난해 8월부터 16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군인 장병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동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장애인’이라는 수식어는 ‘밴드’라는 이름을 가릴 때가 더 많았다. 나씨는 “장애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장애인 단체를 제외하곤 우리가 설 무대가 거의 없다”며 “밴드의 실력은 기존 인디밴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공평하게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관 지하 2층에 자리한 그들의 연습실은 악기가 잘 갖춰진 깔끔한 공간이었다. 그는 “원래 연습실은 지하 1층에 있던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었는데 밴드가 언론에 노출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새 공간을 갖게 됐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이 새 공간은 지금 주인을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올해부터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실로암 7.1밴드’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지원 철회로 기존 멤버 두 명이 탈퇴하면서 실로암 멤버는 4월에 새로운 멤버를 뽑게 됐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는 함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라며 “지원이 삭감되면서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문화의 영역에 지원과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장애인의 문화 활동은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며 “문화는 결과물이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그의 목표는 대학 축제나 비장애인 단체의 행사 등에서 더 많은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순수하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나정현씨. 오늘도 그들의 연습실에선 ‘실로암 7.1 밴드’ 멤버들의 도약을 위한 희망찬 음악 소리가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