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작가·문학교류 단체들]

출판시장과 독자의 외면으로 여기저기 구멍난 세계문학 지도. 그러나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열정은 그 ‘구멍’을 지나치지 않았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젊은 작가들의 노력은 최근 작가·작품 교류 행사, 출판 등을 통해 결실을 맺고 있다.

세계문학 지도를 바로잡으려는 작가들의 활동은 연대를 맺어 교류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현재 국내의 많은 단체들은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아시아권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아시아문화네트워크>처럼 아시아 전체의 문학을 연구하는 단체가 있는가하면,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베트남>)과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처럼 특정 국가의 문학을 대상으로 한 단체도 있다.

‘이해하려는’, ‘사랑하는’과 같은 이름에서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친근함과 애정이 한껏 묻어난다. 그간 낯설거나 아예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국가들에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베트남>의 고명철 회장은 “베트남은 한국처럼 식민지와 분단 경험을 거쳤지만 전쟁 승리로 한국사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말한다.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베트남 문학을 발굴해 한국 독자들에게 알리는 이유다. 

그간 이들 단체들은 거창하진 않지만 의미 있는 성과들을 축적해왔다. 이들의 번역·출판활동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작품을 알려왔으며, 국내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촉진하기도 했다. 『전쟁의 슬픔』(베트남), 『적절한 균형』(인도), 『유산』(팔레스타인) 등의 작품이 이들 단체의 손을 거쳐 국내 독자들과 만났다. <아시아문화네트워크>가 2006년부터 발간한 계간지 『아시아』도 아시아 각국의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유일한 아시아 전문 문예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방현석 주간은 “시장논리를 넘어 아시아인 간의 이해와 소통에 이바지하는 정신적 자유무역지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인천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문학포럼(AALA)>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김재원 교수(한국외대 아랍어과)는 “이번 포럼을 계기로 내년 4월에도 작가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교류의 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고 회장도 “<베트남>은 베트남과의 외교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문학적 교류가 가져오는 변화는 피상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 속 인식까지 바꾼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 문학 단체가 설립된 이후 아시아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그 지역 단체들과 교류하는 단체가 꾸준히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 간의 문학교류는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단체의 구성원들은 문인뿐 아니라 배우와 평화운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포함하며, 교류 방식도 기존의 언어 차원을 넘어서 사진전과 마임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성 문인들이 역사에 초점을 맞춰 교류한 데 비해 최근에는 양국의 현실문제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는 것도 특징이다. 최근 서점에 등장한 ‘제3세계 문학’ 서적들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열정과 애정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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