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시작하면서 불어닥친 ‘토요타 리콜’ 사태는 연일 지면을 장식하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토요타의 아키오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일보다 앞질러 성장을 추구하는 바람에 이번 리콜 사태 같은 안전문제가 빚어졌다.” 이윤의 맹목적 추구는 자정노력마저 질식시켰다. 최근 번역돼 국내에 소개된 『토요타의 어둠』에서는 토요타의 화려한 외형 속에 감춰진 추악한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 토요타 사원은 격리된 입지, 독특한 분위기, 세뇌적 교육, 엄격한 규율 등을 거론하며 그 조직문화를 ‘작은 북한’에 빗댄다. 회사는 과로사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해 1조원이 넘는 거액의 광고예산을 집행하면서 언론을 길들인다.

거대자본 앞에서 무력하기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유전자조작 식품(GMO) 90%에 대한 특허권을 가진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는 자사 제품의 유해성을 연구·발표한 과학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많은 돈과 시간이 소모되는 소송으로 위협하거나 은밀한 로비를 통해 그들의 일터를 빼앗기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업을 감시할 정부기관의 부패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우 본연의 업무인 식품의약에 대한 철저한 검토는 소홀히 한 채 거대자본의 상품을 추인하는 역할에 머물고 만다. 『몬산토』를 쓴 마리-모니크 로뱅에 따르면, 생명공학기업과 주관부처 간 돌고 도는 자리이동으로 소수의 이익을 보호해온 ‘회전문체제’가 문제의 본질이다.

거대기업의 속성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 모양이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국의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저지르는 온갖 탈법, 편법 행위들이 막대한 자금에 의해 포섭된 행정부, 사법부, 의회, 언론 등에 의해 묵인된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의 일간지들이 『토요타의 어둠』을 냉대한 것처럼 얼마 전 발간된 『삼성을 생각한다』 역시 한국의 일간지들에서 외면당했다. 이렇게 견고한 그물망 아래에선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이 끊이지 않는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투병 중이다. 삼성 측은 작업환경과 무관한 개인적인 질병이라 주장하고 있고 정부 역시 산재보험 보상을 거부했다.

‘토요타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돌아올 반사이익이 얼마인지 셈하고 있기에는 이 땅의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 거대기업이 눈앞의 이익에 매몰되고 정부가 위탁받은 소임을 방기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소중한 생명은 초라해진다. 얼마 전 타계한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살아야 할 방식을 가로막는 것들에 저항하여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치를 둔 모습으로 살아가면 그것이 곧 놀라운 승리다.” 순종과 패배를 강요하는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승리하는 삶을 소망해본다.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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