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Billy jean’과 리한나의 ’Don’t stop the music’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곡 모두 아프리카 전통 리듬을 사용했다는 것. ‘Billy jean’은 카메룬의 전통 리듬인 바쿠치 리듬을 활용했고 ‘Don’t stop the music’ 역시 카메룬 전통 리듬을 활용한 미누 디방고의 ‘소울 마쿠사’를 샘플링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10월에는 한미 음악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에서 ‘산조(散調) 페스티벌’이 열려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현재 세계는 그간 서구 팝 문화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 각지의 음악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렇듯 현재 주목받는 있는 세계 전통 음악을 ‘월드 뮤직’이라고 부른다.

음악평론가, 음반기획자, 음악감독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묵씨는 이 분야의 대부라 할 수 있다. 그가 처음부터 월드 뮤직에 관심을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음악 인연은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외삼촌으로부터 클래식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김진묵씨는 “수업은 땡땡이쳐도 클래식 감상실만큼은 꼬박꼬박 출석했다”며 “워낙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TV방송의 전주곡만 들어도 어느 작곡가의 어떤 곡인지 맞출 정도로 클래식에 정통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클래식 배급사에 취직했다.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모든 클래식 앨범을 듣고 유통을 결정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고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재즈를 들여온 것도 그였다. 자연스레 ‘재즈평론가 1호’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그런 그가 월드 뮤직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에 ‘질리면서’부터였다. 2, 30년간 계속해서 들어온 음악이 지루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당시에는 ‘종족음악’으로 분류돼 주로 학술적으로 연구됐던 세계민속음악을 호기심에 듣게 된 것이 그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김진묵씨는 “문화는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흘러들기 마련”이라며 “거의 모든 음악이 바흐가 제창한 도레미파솔라시의 평균율로 작곡된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그간 세계 각지의 매력 있는 음악들은 클래식에 가려져 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더 이상 들을 음악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듣는 ‘사치’를 누리자고 결심했고 그래서 시작한 일이 세계 각지의 토속 음악과 우리 음악을 조화시켜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음악이란 무엇일까? 그는 음악을 음식에 비유해 설명했다. “인도인에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도인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자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시각, 후각, 미각뿐 아니라 촉각까지 활용한다고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인도 음식은 뜨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즉, 그들에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뜨거운 음식을 주면 되는 겁니다.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기존의 관점을 뒤집어 다시 보는 것. 그는 이를 위해선 저마다의 관점이 뚜렷한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인도 연주자들과 한국 명인들이 뭉친 ‘쌍깃 프렌즈’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연주자들이 모인 ‘조화로운 지구’, ‘동심화’ 등을 결성하고 음반을 기획했다. 그는 ‘쌍깃 프렌즈’가 처음 결성됐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녹음하기에 앞서 인도 현지 음악인들과 우리나라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즉흥연주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동안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겁니다. 5분여 간의 즉흥연주가 끝나자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정적만이 흐르더군요.”

현재 그는 젊은 국악인들이 모여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국악 난장’을 기획 중이다. 음악을 만들고 기획하는 입장에서 그는 현재 국내의 음악 현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국내 다양한 연주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를 진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청중의 5% 정도 밖에 안 된다”며 “국내 대중들도 이를 향유하고 새로운 음악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자들이 퓨전이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일본전통음악이 홀로 해외에 진출했을 때보다 시각적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전통극 가부키와 함께 진출했을 때 훨씬 더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퓨전’을 통한 새로움의 추구가 매번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접목하려는 음악 각각의 개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묵씨는 “최근 퓨전 국악밴드를 보면 아무런 당위성 없이 관례적으로 신디사이저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악사중주의 제2바이올린처럼 신디사이저는 빈 음을 채우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동양 음악의 핵심인 여백의 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음악이 세계로 나가려면 여러 문화권의 음악을 듣고 수용하되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는 감수성이 여실히 녹아있는 우리 트로트의 특징을 살려 새로운 음악을 준비 중이란다. 이번에는 어떤 음악으로 세계인들의 귀를 깜짝 놀라게 할까. 벌써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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