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슈만은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지만 동시에 클래식 잡지의 유능한 편집자이기도 했다. 편집자 슈만은 그의 잡지를 통해 당대 새로운 음악 경향을 논했고 쇼팽과 베를리오즈, 브람스를 발굴해 음악사에 큰 획을 그었다. 슈만이 편집했던 잡지는 오늘날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신음악시보(Neue Zeitschrift fur Musik)’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우리에게는 우리의 ‘음악시보’가 없을까? 이에 『대학신문』은 우리 시대 새로운 변화를 보이는 ‘우리 음악’의 ‘신음악시보’를 만들어보았다.

국악 변화를 꿈꾸다
지금까지 없었던 국악의 새로운 모습
국악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아직 이들의 공연을 못 봤기 때문이다. 7인조 여성 키네틱 국악그룹 ‘옌’은 ‘기생’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의 국악극, 페루와 볼리비아에서의 공연과 여행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국악영화 등을 선보이며 국악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국악을 접목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온 그들이 이번에 선보인 종목은 ‘일렉트로닉 국악’이다. 해마다 한두 차례의 정기공연을 해온  옌은 결성 7년만인 올해 드디어 첫 앨범 ‘Urban’을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번 앨범은 국악과 일렉트로닉을 적절히 조화시킨 야심작이다. 차가운 전자음 위에 반복되는 가야금 모티브에 애절한 해금의 멜로디, 그리고 꽹과리·바라·태평소 가락이 덧입혀지면서 도시(Urban) 속에 존재하는 차가움과 뜨거움의 공존을 표현하고 있다. 앨범 발매 후 이들은 음악극과 다큐멘터리 연출은 잠시 접고 당분간 새로운 음악 연구에만 열중할 예정이다.
거문고 현대적 악기로 다시 태어나다
거문고는 담담한 소리로 진한 여운을 남기지만 음량이 크지 않아 합주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비운을 타고났다. 하지만 상상력으로 거문고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3년 결성된 거문고 앙상블 그룹 ‘거문고 팩토리’는 기타처럼 어깨에 둘러매고 연주할 수 있는 담현금(擔玄琴), 첼로를 켜듯 술대가 아닌 활로 연주하는 첼로 거문고, 이펙터를 이용해 성량을 증폭시킨 전자 거문고 등으로 기존의 거문고를 개조해 신나고 역동적인 소리를 만들어 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개조한 거문고를 이용, 매번 독특한 공연으로 거문고의 대중화, 현대화에 앞장서는 ‘기특한’ 밴드다. 이들은 2007년 양동근과의 협연으로 힙합과 거문고의 결합을 꾀한 바 있고, 2008년에는 신중현의 록음악 ‘미인’을 새롭게 해석한 거문고 음악극과 개화기 당시 인기를 끌었던 ‘거문고 산조’를 복원한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거문고을 이용한 다각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앨범을 공들여 준비 중이라는 거문고 팩토리의 신명나는 거문고 소리가 기다려진다.

기술로 꽃 핀 우리 음악
죽은 디지털 세계에 꽃을 피워라
토끼를 따라 굴 속에 들어간 순간  앨리스는 환상 세계의 주인공이 된다. 우리에게 사물놀이로 익숙한 김덕수씨가 최근 ‘디지로그 사물놀이-죽은 나무에 꽃 피우기’에서 관중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원더랜드의 토끼가 돼 화제다. ‘디지로그 사물놀이’는 김덕수씨와 디자인 회사 d’strict가 기획한 4D 예술 공연이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이번 공연에서는 4명의 김덕수씨가 동시에 등장해 각각 북, 장구, 꽹과리, 징을 연주하는 등 홀로그램 영상과 현실이 혼재하며 관객의 박수와 환호소리에 따라 무대배경 속의 나무에 꽃이 피어나는 신기루가 나타난다. 이에 대해 d’strict의 최현석 대표는 “사물놀이의 감성을 통해 오늘날 죽은 나무로 대변되는 황폐한 디지털 문명에 새로운 꽃을 피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예술교육 세계대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 속 사물놀이의 감성에 세계인들은 얼마나 꽃을 피울지 기대해본다.
덩더쿵 소리 맞춰 키보드로 치는 장구
그동안 음악의 흐름에 따라 리듬을 맞추는 음악 리듬게임의 배경음악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국악을 게임 음악에 활용한 온라인 리듬게임이 있어 화제다. 바로 온라인 리듬게임 ‘크레이지 레인’이다. ‘크레이지 레인’은 배경음악으로 국악과 클래식을 접목한 크로스 오버 음악을 선택했다. 북과 장구가 빚어내는 흥겨운 장단에 맞춰 ‘운명교향곡’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구성진 해금의 선율도 들려온다. ‘크레이지 레인’의 제작자이자 최초의 온라인 리듬게임 ‘오투잼’을 개발한 바 있는 송영일 대표는 “평소 어떻게 하면 우리 음악을 세계에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국악 역시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크레이지 레인’은 개발취지에 따라 글로벌 서버를 운영 중인데 그 호응이 대단하다고 한다. 실제로 ‘크레이지 레인’의 개발사 SNP엔터테인먼트는 미국 레드헤링지가 선정한 아시아 100대 기업에 들었다. 흥겨운 국악 소리에 맞춰 게임을 즐기며 세계인에게 한층 다가선 우리 음악을 느껴보자.

국악도 대중적일 수 있다고요
Mission Possible, 판소리를 창작하라
최근 판소리극 ‘사천가’를 공연한 이자람씨는 현대적인 판소리를 창작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별난 소리꾼이다. ‘사천가’는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각색해 오늘날의 세태와 말씨를 과감하게 반영한 창작 판소리극이다. ‘모짜렐라 치즈’, ‘소믈리에’ 등의 친숙한 외래어는 물론이고 미국산 쇠고기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거침없이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 이자람씨는 “여러 무대를 경험하면서 공허함을 느꼈다”며 “이후 소리꾼에게도 세상에 대한 시각과 이를 말로 풀어내는 판소리만의 표현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천가’만의 독특한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창, 아니리, 발림 등 판소리의 전통 어법을 고수하되 드럼과 같은 서양의 타악기를 더해 젊은 세대의 청각을 자극한다. 대중에게서 멀어진 판소리가 대중과 다시 호흡하고 현대적인 공연 장르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판소리로 태어난 뮤지컬의 세계
‘타루’란 판소리 용어로 기교를 뜻한다. 넘쳐서도 안 되고 부족해서도 안 되는 것, 그것이 판소리에서 타루의 역할이다. 공연계에도 이와 비슷한 극단이 있다. 2001년 창단 후 판소리와 탈춤, 국악 중심의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국악뮤지컬을 창작해온 국내 최초 국악뮤지컬극단 ‘타루’다. 이들은 어르신들이 주 관객 층인 판소리 공연에 젊은 관객을 끌어들일 방안을 고민하다 뮤지컬을 떠올렸고. 타루의 매력은 판소리 창법으로 만든 곡에 희극적인 드라마를 곁들여 과감하고 기발한 창작품을 선보인다는 것. 제주도 무가 ‘원천강 본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늘, 오늘이’를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꽃게랑과 오감자의 사랑 이야기로 패러디한 ‘과자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당돌한 아이디어만큼이나 타루의 꿈은 원대하다. 타루의 정종임 대표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공연이 ‘난타’ 등 비언어 공연밖에 없다는 사실에 오기가 생겼다”며 “구변 공연의 해외 진출에 있어 성공 모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세계무대에서 판소리뮤지컬을 볼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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