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신문을 보다가 흥미로운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3년 전 태안반도 앞바다를 검게 물들였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된 기사였다. 사실 필자는 기름유출 사건 당시 군 복무 중이었고 더욱이 가장 바쁜 후임병 시절이었다. 그래서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뉴스에서 귀동냥한 조금과 국방일보에서 몇 자 읽은 것이 전부였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필자는 사건을 자연스레 잊게 됐고 이제는 낯선 과거의 사건이 돼버렸다.

하지만 기사를 읽으며 태안군 주민들이 아직까지 커다란 아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지났기 때문에 태안 앞바다가 다시 푸르름을 되찾고 주민들은 생업인 어업에 한창일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막연한 추측이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태안군 주민들은 매일 아침 해수욕장을 지키고 앉아 외부인들이 해산물을 캐갈까 노심초사하며 모여 있고, 갯벌에는 아직도 기름이 떠올라 양식은 커녕 자연 채굴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한 평생을 바다와 함께 한 주민들이 이제 와서 바다를 버릴 수 없음은 당연지사. 빈 그물과 대답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그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5∼6년의 시간이 흘러야 태안 앞바다가 예전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즉 그 시간 동안 태안군 주민들은 고정된 수입원이 없는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태안군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보상 방안을 내놓았지만 2년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사건을 일으킨 가해 업체 측에서 주장하는 보상 금액은 주민들이 입은 피해액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정부는 오히려 보상을 요구하는 양식장에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다수 국민은 태안반도의 생태계가 거의 회복됐다고 착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태안군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빚더미만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태안군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주민 4명이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2년 전 태안반도를 향한 구호의 손길과 자원봉사 행렬은 끝이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곳은 우리들의 관심에서 차츰 밀려났다. 그동안 태안주민들은 생계를 위한 그들만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일도 모레도 하루하루 한숨짓고 있을 그들을 향한 언론의 재조명과 국민적 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광연
건축학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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