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 등록금 투쟁 상황

▲지난 2월 17일(화) 경희대에서 등록금동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노신욱 기자

지난 1월, 서울대, 경북대, 연세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ㆍ사립 대학들은 2004년도 1학기 등록금을 지난해보다 5∼15% 인상했다. 이에 학생들은 각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물가 상승률인 3.6%의 두 배도 넘는 등록금 인상률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등록금 인상률 물가상승률 두배 넘어

방학동안 계속되던 등록금 투쟁의 열기는 개강 후에도 식지 않았다.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원회’에서는 전국 80여 개 대학들이 연대해 예산ㆍ결산 정보공개 운동, 납부연기 운동 등의 활동을 꾸준히 계속할 계획이다.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김혜진씨는 “전년도까지의 등록금 투쟁은 3, 4월에 피다가 5월에는 지는 ‘개나리 투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올해는 대학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보다 지속적인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려대 총학생회장 유지훈씨는 “이번 등록금 투쟁을 4ㆍ15 총선과 연관시켜 정치적인 이슈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에서는 등록금과 관련한 특별 위원회를 설치해 체계적인 등록금 투쟁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대에서는 ‘교육투쟁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고려대에서도 ‘고대 대책위원회’를 세워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숭실대, 명지대, 고려대, 중앙대 등이 등록금을 총학생회로 납부하는 민주납부 운동을 진행하는 등 학생과 학교 측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방의 대학에서는 등록금 투쟁과 더불어 사학비리 척결 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전북대에서는 학생회 간부 5명이 등록금 인상 저지를 위한 삭발식을 가졌으며, 납부연기 운동에 3000여 명이 참여해 등록률이 59%에 그쳤다. 또한 재단 이사장과 총장의 비리, 등록금 유용 등이 문제가 된 동해대, 우석대에서는 등록금 투쟁과 함께 재단 퇴진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학생ㆍ학부모도 등록금 책정에 참여해야

대학측은 “정부의 재정 지원과 외부 발전 기금이 급격히 줄어들어 자금 운영이 매우 힘들어 학생들의 이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진주국제대학교 강인은 교무처장은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는 자금난이 심각하다”며 “학생들은 안 들어오고, 교수들 월급은 줘야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고려대에서는 지난 15일(월) 학부모와 학생 대상으로 ‘2004 등록금 책정관련 설명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총학생회장 유지훈씨는 “학생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려는 학교의 선전일 뿐”이라며 “등록금 민주납부 운동 등의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 예체능계 일부 단과대(예술대 연극학과, 체육대, 음악대, 국악대)는 학교 차원의 인상에 덧붙여 별도의 추가인상을 실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중앙대 예술대 감태준 학장은 “실습이나 공연이 있을 때마다 학생이 개인적으로 부담했던 ‘회비’를 아예 공식적으로 등록금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라며 “학생과 교수들의 합의하에 민주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극학과의 한 학생은 학생회 간부들을 모아놓고 합의를 한 뒤에 학생들에게 암묵적 동의를 강요한 것”이라며 “교수와 학생, 선후배간의 밀착관계가 유별난 우리 학과에서 학생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대학의 등록금 투쟁은 교육부에서도 큰 고민거리다. 교육부 사학지원과의 한 관계자는 “사립대학은 1989년, 국립대학은 2003년에 등록금 자율화가 실시된 이후 정부에서 등록금에 대해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 지원 재정 확보를 위해 올해 초 대학 재정 지원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경제부처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올 하반기에 다시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박거용 소장(상명대 교수ㆍ영문과)은 “대학에서 등록금 책정시 학생들을 배제시키고, 예산ㆍ결산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학교, 학생, 학부모가 함께 등록금 책정과 집행에 참가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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