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다윗과 골리앗이 링 위에 섰다. 관중은 손에 땀을 쥐며 약자를 응원하고 그가 마침내 거인을 쓰러뜨리자 전율한다. 그런데 이런 관중이 약자의 편을 들지 않는 경기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 이곳 사람들은 특정 세력만이 강자로 군림해온 불합리한 정치판에 유독 무관심하다. 5일 출간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그간 사람들이 외면한 정치판의 대결구도를 다시 링 위로 끌어올리고 약자에게 재도전을 권한다.

“대통령도 자유민주주의를 모른다”며 한국 정치에 일침을 가한 저자 안병길은 대학과 기업을 넘나들며 정치개혁 방안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치개혁연구실에서 활동했던 그는 블로그 ‘자유민주주의 성냥불 이야기’를 운영하며 정치 경력과 내공을 거침없이 드러내왔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지식과 노하우를 집대성해 내놓은 ‘자유민주주의 해설서’다.

저자는 우선 정치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깊숙이 뿌리내린 엉터리 자유민주주의의 실상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예를 들어 촛불 집회를 비롯한 반정부시위가 열릴 때에도  보수진영은 자유민주주의와 국가 정통성을 한 덩어리로 묶어 그들의 논리를 옹호하는 데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수용해온 자유민주주의가 “권위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탈을 쓴 엉터리”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보수진영을 질타하는 동시에 이에 무관심한 대중도 비판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가 한국 사회에 내놓은 해법 역시 자유민주주의다. ‘엉터리’ 자유민주주의를 심판할 수 있는 것은 헌법에 명기된 ‘진짜’ 자유민주주의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엉터리 자유민주주의를 심판하기 위해 시민이 자유민주주의의 제대로 된 개념을 알고 자발적으로 현실에 저항할 것을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를 정치 문제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그는 진짜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을 ‘자유’와 ‘민주주의’로 쪼개 기초부터 설명한다. 저자는 자유를 흔히 혼동되는 방종과 대비하고 민주주의 원리는 투표 모형을 통해 설명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구성하는 자유·권리·저항과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단순 과반수 원칙·주권재민·평등이 합쳐져 상호 협동과 견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 정치에서 약자는 진보세력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자들이고 강자는 보수세력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자들이다. 그의 처방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자들에게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권위주의 세력에 저항하고 이를 위한 연대를 결성하라고 말한다. 자유민주주의자와 권위주의자가 일대일로 부딪히면 강자인 권위주의자가 이길 확률이 높지만 자유민주주의자들이 연대해 맞대응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이름이기도 한 ‘성냥불’은 번개나 들불 등의 발화 원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번개로 일어난 불이 급작스런 혁명을, 들불로 일어난 불이 개혁을 상징한다면,  성냥불을 통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소통과 연대로 점진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구 교수(경제학부)는 추천사에서 “비슷한 문제를 다룬 다른 책들이 정부 쪽의 개혁에만 집중한 데 반해 이 책은 나머지 반쪽인 시민의 의식과 역할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다시 링 위에 선 한국 정치의 약자들이 멋지게 반전을 이루라는 응원의 메시지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안병길 지음┃동녘┃352쪽┃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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