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의 배출 억제는
한시적 대처 방안에 불과
근본적인 혁신 위해서는
지속적 연구개발노력 필요

박종래 교수
재료공학부
지난 17일자 주요 신문에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일제히 보도됐다. 탄소세는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의 탄소함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와 함께 기후변화대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유가증권처럼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탄소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시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서명을 지난 1월에 받고 오는 4월에 이를 시행할 예정이다. 탄소세마저도 그 도입의 시기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드러낸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줄이느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강조점에 대한 가시화된 답인 셈이다. 정부가 미래를 대비해서 ‘me first’의 정신으로 추진하는 이런 준비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탄소세 및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단,중기적인 지향점은 ‘탄소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고 보다 궁극적으로는 ‘수소경제시대’를 앞당기는 것이다. 탄소생산성은 같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국민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하는가로 측정되는데 우리나라는 2007년 현재 이산화탄소 1㎏당 2.18달러로 OECD 회원국과 G20 등을 포함한 40개국 중에서 31위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낮은 순위를 기록한 이유는 제조업의 에너지 원단위(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할 때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을 석유의 양으로 환산한 값)가 높기 때문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화석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려는 우리의 연구개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수소경제시대’가 내포하는 의미는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원천적으로 배출하지 않는 시대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수소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과학기술적 연구개발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시사한다.

탄소세 및 탄소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분명히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내 제조업 및 국민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한시적인 것일 뿐이므로 근본적으로는 탄소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소재, 장치, 공정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부가 국가의 총연구개발비를 매년 10%이상 증액시키면서 녹색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갈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녹색성장을 국정 기조로 삼는 이 정부가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단순히 발맞추기보다는 오히려 한발 앞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추어 가는 것은 분명 높이 살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취지와 내용, 그리고 그것의 경제적 영향 등이 충분히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하고 그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그런 법적·제도적 장치의 실현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연구개발노력이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 노력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국가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그것이 충분히 국민의 공감을 획득할 때까지 끈기있게 홍보하고 연구성과를 보여주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법적·제도적인 것이든 혹은 과학기술적인 것이든 간에 전문기관의 연구용역결과를 놓고 한두번의 공청회를 거치는 것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치부하고 이를 근거로 이내 시행에 들어가는 관행을 되풀이 해선 안된다. 정부는 관련 정책을 각계·각급의 매체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 충분히 준비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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