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다. 세수 78세, 법랍 55세였다. 산문집 『무소유』의 가르침 그대로, 법정 스님은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도 일체의 화려한 장례의식을 금하셨다. 다비식은 평소 승복을 입은 그대로 하고, 사리도 찾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 하셨다. 마치 장례식을 대신해야만 하겠다는 듯, 일부 언론은 함석헌 선생,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법정 스님께서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탰던 일이며, 1993년부터 지속된 ‘맑고 향기롭게’ 운동 등의 지난 일을 차분히 되짚고 스님의 행적을 기렸다. 평소 스님의 가르침에 귀가 어두웠던 자들도 일련의 소식을 접하고서는 돌연 마음 한 구석이 환해졌는지, 여기저기서 추모 열기가 일고 스님의 저서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미 300만부가 팔린 『무소유』는 새삼스럽게 품절되기도 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길상사 빈소를 찾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은 평소 법정 스님을 존경해왔고 여행 중에도 꼭 챙겨갈 정도로 『무소유』를 즐겨 읽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추천도서라고 하니 다시 법정 스님의 책을 펼쳐들고 음미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법정 스님께서는 비교적 최근에 이렇게 쓰셨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려는 끔찍한 재앙이다.” 이 대통령이 존경하는 법정 스님께서 4대강 사업이라고 해서 다른 평가를 내리셨을 것 같지는 않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법회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입만 열면 경제를 말하는데 우리는 과연 가진 것만큼 행복한가? 스스로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보다 한해 전 부처님 오신날 열린 법회에서는 <법화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셨다. “삼계(三界)에 편안함 없음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작년 1월 용산 4구역에서 불타올랐던 망루와 같은 해 여름 옥쇄파업에 돌입했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이 떠오른다. 다른 자리에서 법정 스님께서는 <유마경>을 인용하며 “중생이 앓으면 나도 앓는다.”고 하셨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겨울에도 계속되는 철거와 재개발의 현장과 함께 이 대통령이 모태범 선수의 고글을 쓰고 포즈를 취한 사진이 겹쳐져 떠오른다. 『무소유』에는 『어린 왕자』를 인용해 놓은 구절이 있다. “그는 꽃향기를 맡아 본 일도 없고 별을 바라본 일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 본 일도 없어. 더하기밖에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어. 그러면서도 온종일 나는 착한 사람이다, 나는 착한 사람이다 하고 뇌고만 있어. 그리고 이것 때문에 잔뜩 교만을 부리고 있어. 그렇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버섯이야!”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밝히기를 기원하며 다만 웃으며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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