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회의, 집행력 부족으로 참여 이끌어내지 못해 … “집회 준비만으로도 벅차다”

지난 12일(금)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학내에서는 성명서와 자보 등 반대의견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반면 단과대나 서울대 단과대학 학생회장단 연석회의(연석회의)차원의 집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이는 ▲연석회의 체제가 집행력 부족으로 학생들의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고 ▲평소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던 학생들도 ‘노무현 지지’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 참여율이 낮기 때문이다.

연석회의의 집행력 부족 문제는 지난 16일(화) 연석회의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연석회의는 탄핵안이 가결된 이틀 후인 14일(일) 학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기 위해 회의를 갖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논의하고 16일  자유발언 등의 시간을 갖는 집회를 계획했다. 그러나 연석회의가 계획한 16일 아크로 집회는 홍보부족 등의 이유로 학생들이 모이지 않아 시작한 지 20여 분만에 취소됐다. 이후 연석회의는 각 단과대 별로 의견을 표출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연석회의가 학생들의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개강 이후 총운영위원회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는 15명의 집행부원들 중 상당수가 47대 총학생회 선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에 매진하지 못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월)에는 연석회의 집행부 2명을 제외한 집행부원들이 총학생회 선거 출마 등의 이유로 모두 탈퇴해 연석회의는 앞으로 탄핵과 관련해 계획을 수립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4월 이후 47대 총학이 출범하게 되면 연석회의가 해산되는 구조적인 한계도 연석회의가 집행력을 갖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석회의장 임성우씨(응용생물화학부ㆍ01)는 “연석회의는 임시체제라서 사안에 관계없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이번 탄핵 관련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연석회의가 각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돼 있어 이들이 연석회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석회의장 임성우씨는 “집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며 “집행력이 부족해 탄핵 반대 집회에서 연석회의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크로를 찾은 박재민씨(체육교육과ㆍ02)는 “탄핵이라는 국가적인 사안이 발생했음에도 총학생회가 없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학생들의 상당수가 탄핵에는 반대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등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 내에 다양한 의견이 혼재하는 것도 대규모의 반대 움직임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탄핵 반대가 자칫 노무현 대통령 지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여론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17일 교육투쟁 집회에 참가한 주익현씨(인문대ㆍ02)는 “집회에 참가하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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