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한국헌법학회 학술대회 '다문화사회와 헌법'비교적 드물게 문제시된 ‘다문화사회’의 헌법 정체성인권·기본권 보장을 위한 바람직한 제반 제도 마련돼야

 

경제와 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변화에 따라 과거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외국으로 이주하던 나라에서 외국인이 이주해 오는 나라로 바뀌어 이제 대한민국도 여러 인종과 민족, 국적, 종교와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과 집단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다문화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다문화사회에서는 민족, 인종, 종교, 출신, 문화 간의 갈등과 투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헌법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법령화한 인권과 기본권이 여러 각도에서 훼손되고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논의가 사회학, 인문학 등에서는 이미 익숙한 주제지만, 법학에서 직접 ‘다문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논의가 드물었던 상황에서 헌법이 다문화사회와 관련해 규율하는 규범적 명령의 구체적 내용과 효력을 살펴보고, 다문화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인권과 기본권 침해의 구체적 사례와 그에 대한 적절한 보호 대책을 살펴보는 학회가 3월 12일 한국헌법학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주최로 ‘다문화 사회와 헌법’이라는 대주제 아래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렸다.

‘다문화사회와 헌법적 대응’, ‘다문화사회와 국적’, ‘다문화사회와 자유권적 기본권’ 그리고 ‘다문화사회와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총 4개의 세부주제로 나뉘어 헌법학자들의 발제가 있었고 세부주제별로 3인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선택(고려대), 이종수(연세대), 류시조(부산외대), 전광석(연세대) 교수가 각 세부주제의 발표를 했다.

제1주제에서는 관용의 원칙에 따라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식과  소수집단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국가는 다문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고, 제2주제에서는 국적법 개정안에 대한 분석 및 평가와 아울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재한외국인과 다문화 가족 자녀들에게 자유와 평등의 보장을 통한 차별 없는 법제와 사회환경이 제공되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내재하는 차별적인 인식의 변화와 이를 위한 실천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제3주제 발제자는 단일문화체제인 민족국가를 넘어 성숙한 민주법치국가, 문화복지국가로 발전해 가기 위한 사회적 모델로서 다문화사회를 이해하고, 자유권적 기본권의 보장이야말로 성공적인 다문화사회 정착의 전제조건이라고 역설했다. 제4주제에서는 다문화사회의 사회적 기본권과 관련해 기본적인 구도를 규명하는 시도와 함께, 사회적 기본권의 개별영역으로서 가족, 교육, 노동, 노동 3권, 사회보장 등이 나뉘어 언급됐다. 특히 교육과 관련해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에게 부모의 체류법적 지위에 상관없이 교육받을 기회를 부여해야 하며 이를 박탈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음을, 노동과 관련해 이미 노동관계에 편입돼 있을 때 외국인이라는 징표는 고용관계에서 더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없음을, 노동 3권과 관련해 단체행동권은 그 규모와 내용 및 파급 효과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사회보장에서 최저생활보장은 인권적 성격을 가지는 권리인 점을 부각시켰다.

우리 헌법과 헌법 현실은 사회적 다원화와 다문화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규범적 큰 틀을 제시하고 관련 법률과 정책이 나아갈 바를 제시해야 하는 과제 앞에 서 있다. 학회의 ‘모시는 글’에도 드러나 있듯이 다양함 가운데 넉넉함이 갖춰져야 비로소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이치를 다시금 음미하며 헌법규범과 당면한 헌법 현실이 봄의 다채로움을 반영하고 있음을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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