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군인에게 명령에 따라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군대는 부대 내 모든 인간을 획일화시키고 다른 존재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군대는 성적 지향까지 획일화해 이성애자로 살것을 강요하며 동성애자들을 정신이상자로 분류한다.

  부대 내에서 동성애자가 발각되면 해당 부대뿐만 아니라 인근 부대를 대상으로 군인 개개인의 성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전투경찰로 복무 중에 커밍아웃을 했던 이계덕씨(25)는 “커밍아웃 후 내가 속했던 기동대에는 다른 동성애자도 색출해내라는 경찰청의 공문이 내려왔다”며 “심지어 군대 내에서 성범죄자로까지 취급받았다”고 주장했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군대 내 성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5퍼센트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중 동성애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군대 내 동성애자는 발각 즉시 관심 병사로 지정되고 군대 부적응자와 함께 군 복무 부적응 병사들의 사고 예방을 위한 ‘비전캠프’에 수용되고 있다. 비전캠프는 군대 내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거나 심각한 정신적 질환을 앓는 군인을 별도의 숙소로 옮겨 집중 관리하는 곳이다. 동성애자인 병사는 그곳에서 일종의 ‘정신 이상자’로 치부돼 ‘정상적’인 이성애자가 되도록 교육받는다. 개인의 성적 정체성을 문제 삼아 그것을 수정토록 요구하는 것은 군대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무지함과 차별의 시선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지난 2007년에는 다른 남성들과 같이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한 한 동성애자 병사의 자살시도가 수차례 있었다”며 “하지만 그는 별도 보호 조치는 받지 못한 채 비전캠프로 이송됐고 그곳에서 성적 지향을 바꿀 것을 교육받았다”고 밝혔다. 또 군대 내 동성애 관계가 발각되면 조사과정 중에 이성애자로 살겠다는 진술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군대가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은 군형법 92조에서 기인한다. 군대 내에서 동성애 관계 가 적발되면 “계간 및 기타 추행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92조에 의해 형사 처벌받는다. 그러나 계간 및 기타 추행이라는 범위가 명확지 않아 어떤 행위가 범죄인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또 2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형을 명시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평등권을 위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9년에는 남성 군인 두 명이 휴가를 나와 합의 하에 사적인 공간에서 성관계를 맺었음에도 처벌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에 지난 2008년에는 군사법원이 직접 군형법 92조에 대해 위헌 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당시 군법무관이었던 이경환 변호사는 “동성 간 성관계는 어떤 행위를 어디서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동성애자의 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이성애자 병사의 군대 내 연애 관계가 적발되면 약한 징계조치를 내리는 것과 달리 동성 관계는 형사 처분을 규정해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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