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도 청와대도 덮어버린
요미우리의 대통령 독도발언 보도
국익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조속히 진위여부 밝혀져야

이상석 사회부장
지난 3월 1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독도광고가 울려 퍼졌다. “독도는 한국의 섬, 독도에 방문하세요.” 3·1절이라는 역사적인 날을 맞아 가수 김장훈과 서경덕 교수에 의해 미국에 울려 퍼진 이 광고로 대다수의 국민은 애국심과 우리 영토에 대한 자긍심을 느꼈고 독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다.
하지만 김장훈 씨와 서경덕 교수 보다 먼저 독도문제에 대해 먼저 경각심을 일깨워 준 분이 계시다. 바로 대한민국 통치권자이자 최고 권력자인 이명박 대통령이다.

한 언론사 보도로 지난 2008년 일본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당시 후쿠다 야스오 일본총리가 “독도문제를 교과서에 싣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발언한 것을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답했다는 요미우리신문 보도의 진위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2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우리는 독도발언으로 잊고 지나갔던 우리 영토 독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이 발언은 영화관까지 동원해 광고를 했던 4대강보다도,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그 어떤 사업보다도 국민적 관심이 높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반응이 이 정도라면 이 대통령은 발언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심지어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숙제는 언제 할래”,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등 각종 패러디물이 등장해 ‘말 바꾸기’ 놀이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 3사도 모든 국민이 아는 내용을 보도할 필요 없다는 듯 독도발언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 진위에 대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일본 언론의 정략적 의도에 대응하는 것은 영유권 분쟁에 휘말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MBC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미네르바에 그토록 촉각을 곤두세우며 강경한 대응을 하던 정부가 일본 언론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조차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혹을 가중시킨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으로서 헌법상 영토보전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불명예와 불신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문제다. 또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독도발언이 사실무근이라면 훗날 요미우리 보도로 독도문제가 영유권 분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므로 이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처럼 독도발언 문제는 정략적 의도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님은 분명하다. 

현재 이 대통령 독도발언의 사실여부는 알 수 없다. 시민단체가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낸 독도발언의 진위도 다음 달 7일에나 밝혀질 예정이다. 나는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비록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천황에게 세 번이나 고개를 숙였고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2010년에 일본 천황을 초대하겠다고 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번 만큼은 이 대통령을 믿고 싶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발언이 그동안 우리가 무관심하게 잊고 지냈던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심오한 의도를 담은 농(弄)이라고 믿고 싶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유머러스하고 재치가 넘치는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통령의 농담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우매한 국민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다. 어떤 악의 없는 장난이나 농담도 도를 지나치면 짜증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지독한 농담은 이제 그만. 이 대통령은 독도 발언의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