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에 큰 영향을 미친 마샬 맥루한(1911~1980)의 저서 『미디어는 마사지다(The medium is the massage)』는 편집을 맡은 출판사 측의 오타로 인해 탄생한 제목이었다. 맥루한은 그 전부터 “미디어는 메시지(message)다”라고 주장하며 현대 사회의 다양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심도있는 통찰을 보여줬는데 이 문구를 제목으로 삼으려다 ‘메시지’가 ‘마사지’로 바뀌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맥루한은 "이 제목이 훨씬 좋으니 그대로 두자"고 했다. ‘미디어는 마사지’라는 말이 오히려 현대 미디어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감각의 연장인 미디어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며, 그러한 자극이 바로 마사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는 마사지’라는 그의 고찰이 오늘 우리 사회에서는 왜곡된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 이 재현의 방식은 ‘설화(舌禍 )의 난무’이며 이 설화의 핵심은 마사지다. 이 ‘마사지’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연초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발언을 마사지한 이후부터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아마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말했는데 청와대는 이를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마사지’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외신에 얘기한 인터뷰를 이렇게 마사지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지만 이 정부의 설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은 독도문제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두고 곤란에 빠졌고, 김우룡 이사장은 “큰집에서 불러 쪼인트 깠다”는 말로 사면초가가 됐다. 이동관 수석은 “대구경북 X들 문제 많다”는 말로 곤욕을 치렀다.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길 바란다”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시대착오적 발언은 사소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이 정부의 설화들은 또한 설화가 아니다. 말로 인해 재난을 당해야만 설화일진데 이 정부에서 내뱉은 말들은 그대로 묻혀버린다. 대통령 인터뷰를 마사지했던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여전히 남아서 법정스님의 저서와 출판사 이름을 혼동하는 촌극을 보여줬다. ‘쪼인트’ 운운한 인사도 본인만 도마뱀 꼬리마냥 잘려나갔다. 말하자면 설(舌)은 있지만, 화(禍)는 없다. 설화는 설화이되 화를 입지 않는다.

맥루한이 예견했던 미디어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쏟아지는 정보를 소화해내기도 버겁다. 위정자의 그릇된 말에 어이없어 할 틈도 없이 우리는 금세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웃고, 고승의 입적 소식에  울어야 한다. 그리고 범람하는 메시지들은 흘러가버린다. 이렇게 쏟아지는 미디어, 즉 메시지들은 쏟아짐 자체로 메시지를 마사지하고 있는게 아닐까? 화를 입지 않는 설화. 그 반복된 학습경험이 이 정부로 하여금 감히 메시지를 마사지할 수 있다고 믿게 하고, 거침없이 마사지하도록 한 원인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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