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어느 방향이 옳다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단적으로 이야기하라면 ‘줄이지 않을 수 없다’, 혹은 ‘줄이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표현하고 싶다.


사실 이 문제는 ‘서울대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이고 지금까지 어떤 역할을 맡아서 해 왔는가,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전제로 한다. 우리는 그저 막연한 표현으로써 서울대가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을 배출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라고 자부해 왔고, 또 아닌 게 아니라 그 동안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공급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최상층부 엘리트들 대부분을 한 대학 출신 사람들이 장악하고 이들이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수중에 가진다는 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또 앞으로는 그렇게 되기도 힘들 것이라고 본다. 이미 어느 대학교의 한의학부, 또 다른 대학교의 공학부가 크게 발전한 것은 서울대학교의 독주가 미래에도 자연스럽게 계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잘 말해 준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ㆍ발전하는 것이고 거기에 맞춰서 대학 역시 자기발전의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속해 있는 인문대의 사정을 보면 유서 깊은, 그러나 몰락이 예견된 명가(名家)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미 많은 학생들은 인문학적 교양에서 완전히 멀어진 채 고시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학생들은 서울대학교 출신자라는 아직은 그럴듯해 보이는 이름을 팔아서 옛날 방식의 엘리트층으로 진입해 들어가려고 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된다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지금처럼 많은 학생을 받아들여서 느슨한 방식으로 교육시키는 방식으로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어차피 서울대가 엘리트 교육을 해야 한다면 좀 더 확실하게 교육에 투자해 정말로 우수한 엘리트들을 키워야 할 것이로되, 그때의 엘리트란 단지 사회의 상층에 자리잡은 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공헌을 하는 지식인이 돼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 수를 줄이고 교육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주경철 교수 서양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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