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부대학 추진과 학부정원 감축으로 서울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대학의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거의 매년 신입생의 모집단위를 바꾸는 것은 학사지도뿐 아니라 학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구조조정의 당사자는 학생들임을 생각할 때 2002년 광역모집단위로 입학했던 많은 학생들이 전공진입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개인의 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2002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신입생들의 복수전공 의사 여부에 대해 ‘두고보겠다(45.4%)’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복수전공 의사가 있다(43.7%)’가 차지했다. 단과대별로는 인문대(67.0%) 신입생들의 복수전공을 하려는 의사가 단연 높았고, 다음으로는 생활대(57.0%), 사범대(56.0%), 공대(47.9%)의 순이었다. 반면 의예과(61.1%)는 복수전공에 대한 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복수전공 의사가 있거나 결정을 보류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복수전공을 희망하는 단과대를 조사한 결과, 경영대(31.8%), 사회대(22.5%), 자연대(12.0%) 순으로 응답했다. 법대, 의대, 사범대 등이 복수전공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이 결과는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영역에 대한 관심보다 현재 전공에 대한 대안으로 복수전공을 생각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학당국이 학부대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비해 학생들이 전공을 선택하고 올바른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면에서는 매우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전공을 공부할 가능성이 별로 없는 학생을 자상하게 지도해 줄 교수가 얼마나 있겠는가. 앞으로 기초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현재 학생 개개인의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실제적 필요를 해결해 줄 전문인력은 대학 내에 거의 전무하며 앞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부대학 추진과 함께 연세대가 시행하고 있는 학사지도교수제도처럼 학부신입생들을 위한 진로 지도나 전공탐색을 도와주는 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동하 공대기획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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