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문제 근본 해결책은
붕괴된 공교육 되살리는 것
교원평가제, 교육여건 개선으로
교사와 학교 바로 세워야

김가람
국어교육과 석사과정
장면 하나 : 본격적인 반장 선거철인 요즘 초등학생들의 선거를 도와주는 ‘반장 선거 대비반’ 사교육이 유행하고 있다. 연설문 작성과 연설 동작, 퍼포먼스와 피켓 및 선거도구 제작 등 선거 전반을 도와주는 사교육은 회당 10만~20만원 정도로 점점 더 확산돼 가는 추세라고 한다.

장면 둘 : 지난주 수능 시험에서 EBS 출제 비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교과부의 발표 직후 학원가에서는 벌써 EBS 교재를 편집한 자체 제작 문제집을 만들고 강의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사교육 권하는 사회,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내 놓은 정책이 또 다른 사교육을 만들어내는 역설적인 현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능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대학 입시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한 입학사정관제 탓에 초등학교 때부터 스펙관리에 들어간 아이들이 반장을 하겠다고 난리들이다. 치열해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초등학생들은 반장 선거 사교육을 받는다. 대학 입시에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EBS 출제 비율을 높였지만, 이는 또 다시 입시 학원의 정복 대상이 되었고 학생들은 학원에서 EBS 문제집으로 사교육을 받는 아이러니가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사교육비 지출액은 총 21조 6천억원이고 이는 일년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가구당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월평균 24만 2천원으로 가계 경제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는 출산율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있는 사교육 문제,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계속해서 사교육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든다. 입학사정관제와 EBS의 투톱으로 교육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이외에도 외고 입시 개혁, 자율고 전환 및 마이스터고 등의 고교 다양화,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 금지의 극약 처방까지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철옹성 같은 사교육 시장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 절감 대책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이 성행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공교육의 붕괴에 있는데, 이를 간과한 채 사교육 문제를 또 다른 사교육으로 막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사교육비 절감의 핵심 명제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일반적인 진리를 기억한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첫 걸음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교원평가제를 통해 자발적인 경쟁으로 교사들의 실력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사에 대해서는 성과급 지급과 함께 인사고과에도 반영해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교사들을 독려하는 것, 그래서 교사와 학교 수업이 바로 서는 것, 이것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는 첫걸음이다. 두 번째는 방과후학교나 맞춤식 수업 등의 특별활동을 통해 사교육의 순기능을 학교가 담당하는 것이다. 부산광역시의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 비용이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은 부산 교육청이 방과후활동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교사들의 과중한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수업과 학생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여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학교 교사가 학원 교사에 비해 앞선 점은 출발선뿐이라는 교육평론가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출발선에서 앞선 학교 교사들이 학원 강사들에게 뒤처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미셸 리의 교육 개혁이 성공을 거둔 까닭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사교육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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